니가 낄 자리
Posted 2023. 9.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홍대 쪽에 갈 일이 생겨 왕십리역에서 2호선을 갈아탔다. 최근 열차를 바꿨는지 좌석도 쾌적하고 출입문 윗쪽의 광고판도 최신식이다. 몇 초 간격으로 내용이 바뀌는데, 그 중 하나 촌철살인 같은 시 감각으로 이름을 얻은 하상욱의 싯구가 눈길을 끌었다. CGV가 콜라보 하는 것 같은데, 좋은 시도라고 여겨진다.
한두 줄로 시 한 편을 만드는데, 이 시도 읽는 순간 킥킥거리게 만드는 번뜩이는 한 방이 있다. 코믹해 보이는 일러스트까지 곁들여 지하철을 타는 시민들의 고단한 일상을 위무하고 있었다. 흔히 생길 수 있는 일이지만, 약간의 불편함, 눈치 없음, 편견과 차별 등 인간 관계까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은근한 힘이 느껴진다.
"네가"를 "니가"로 발음하는 대로 표기한 것도 좋았는데, 서울 사람들은 일상에서 흔히 이렇게 써왔다. 보통은 "네가"로 어색한 구석이 있었는데, 그냥 "니가"로 쓰니까 더 생생한 구어체 느낌이 난다. 하상욱의 시는 몇 해 전 군산을 여행할 때(11/16/15)도 본 적이 있는데, 한 끗 차이의 디테일에 주목하는 발상의 차이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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