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들이 지키는 골목
Posted 2023. 10. 1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아파트 단지에 살다가 서울이나 지방의 오래된 골목길을 걷다 보면, 몇십 년 사이에 도시가 이렇게 달라지는구나를 새삼 느끼곤 한다. 인사동 골목을 걷다가 안쪽에 자리 잡은 식당들이 내건 간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또 다른 골목이 보였다.
요즘 빌딩 같았으면 건물 입구나 외벽에 똑같은 크기로 식당 로고만 새계 놓았을 텐데, 여긴 식당마다 빈자리가 생기면 크기에 별 관계 없이 가로로 세로로 달아놓은 것 같았다. 인쇄체도 있지만, 손글씨도 많아 정겨웠다. 어떻게든 식당의 존재를 알리려는 이런 간판들이 있고 없고에 따라 사람들의 발걸음도 차이가 있을 것 같았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이번엔 각 식당 앞에 메뉴를 가득 적은 입간판들이 뻬곡하게 서 있었다. 다양한 메뉴와 가격은 어딜 갈지 정하지 않은 고객을 사로 잡으려는 마지막 작전일 것이다. 전엔 이 집들에 살던 이들이 있었을 텐데, 지금은 다 식당이나 가게로 바뀌었다. 그래도 분위기는 어렸을 때 뛰놀던 동네 골목과 진배 없어 잠시 추억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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