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벗는 나무
Posted 2011. 6.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6월의 산은 신록을 지나 벌써 녹음(綠陰)이 우거지기 시작했다. 한낮인데도 나무가 빽빽한 곳은 어두운 기색을 보이곤 한다. 봄이 지나가면서 봄꽃들은 이제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나무들 사이로 간간이 자작나무로 보이는 나무가 계절의 변화에 발맞춰 껍질을 벗기 시작했다. 종이같이 얇은 껍질을 단번에 벗지 않고 여러 번에 걸쳐 벗고 있었다. 어찌나 얇은지 손을 뻗어 떼면 바스라지기라도 할듯 힘이 없어 보이면서도 자기들끼리 층층이 서로 잘 달라붙어 있다. 껍질을 벗기 전부터 주변의 다른 나무들과는 나무색이 달랐는데, 연회색과 벽돌색 비슷해 눈길을 끈다. 고고해 보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가련해 보이기도 했다.
아주 흔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찾아보기 어려운 정도도 아니게 군데군데 자라 있었다. 다른 산에서도 간간이 본 기억이 난다. 비 온 뒤의 습기와 한낮의 더위로 오르막길에선 땀이 조금 났는데, 이 나무 구경하느라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