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시원하다
Posted 2011. 8. 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한여름 산책, 그 중에서도 점심시간대 산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흐르는 땀을 닦아내거나
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발걸음이 빠른 편이 아니고, 급히 오를 일도 없어 슬슬 올라가는 데
익숙해 땀을 비 오듯 많이 흘리진 않아도 철이 철이니만치 천천히 걸어도 얼굴에 땀이 흐르게
마련이다. 보통은 작은 수건으로 닦으며 올라가지만, 사인암까지 20여분 줄기차게 오르노라면
얼굴과 목에서 땀이 제법 맺히고 떨어진다.
이럴 때 제일 좋은 해결책은 계곡물로 세수하는 건데, 다행히 모락산에도 몇 군데 계곡이 있어
일부러 코스를 그리 잡는다. 그것도 등산길이 아니라 하산길에 만나도록. 비가 많이 안 내렸던
예년에는 물 흐르는 소리도 별로 안 나고, 물도 그리 많지 않아 별 존재감이 없었지만,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계곡물이 제법 큰 소리를 내고, 흘러내리는 물이 장난이 아니다.
계곡을 흐르는 시내는 어느새 삼단, 사단을 넘어 오단 미니폭포 놀이를 하고 있다. 올해는 무릎
정도까지 담글 수 있을 정도로 물이 많다. 마음만 먹으면 아예 몸을 담글 수도 있을 것 같지만,
행여 팬들을 위해 삼가야 한다.
이런 계곡을 그냥 지나치는 건 도저히 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시간이 충분하다면야
신발을 벗고 발을 담그고도 싶지만, 약식으로 상기된 얼굴과 귀밑 그리고 목덜미까지 몇 번
허푸허푸 헹궈주면 어느새 더위는 사라지고 청량감이 밀려온다. 어쩌면 이런 재미로 점심
산책을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집앞 검단산 곱돌약수터엔 이렇게 대형 파이프로 흐르는 찬물을 받아 세수하도록 아예
돌물받이를 만들어 놓았다. 졸졸 흐르는 정도가 아니라, 콸콸 물대포를 쏟아내 초보(행)자들은
튀는 물에 옷 적시기 십상이다. 가끔 더위에 지친 등산객들 가운데는 이판사판 다짜고짜 머리부터
들이대며 요란하게 더위 쫓기를 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저 찬 물로 흐르는 땀을 닦고
수건을 적셔 꼭 짜준 다음 목에 걸면 그 다음 정상까지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