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노을
Posted 2024. 1. 3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한겨울에도 노을 맛집(9/9/23)은 여전히 수려한 풍경을 자랑한다. 며칠 있으면 동지와 춘분의 한가운데가 되는데, 아침과 한낮의 추운 날씨끝에 이렇게 빛나는 노을로 저녁 시간에 접어들게 만든다. 구름이 없는 날은 온전한 일몰을, 구름이 조금 낀 날은 또 그것대로 멋진 장관을 연출해, 어디 갈 필요가 없게 만들곤 한다.
노을은 대개 순식간이고 찰나적이어서(어떤 게 더 짧은 건지 분간이 안 될 때가 많다) 정점에 이르고선 금세 어두움으로 돌변해 달려간다. 서산의 지는 해는 그 순간에 바라보지 않으면 '잠시만'을 기약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노을은 늦게 피는 꽃 같기도 한데, 그래서 더 애달파 보이는 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을을 바라볼 때면, 어쩔 수 없이 노을 그 자체보다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느즈막히 그리고 여전히 이런 빛난 영광을 구가하면 더할나위없이 좋으련만, 역시 인생은 공평해서 매일 이런 풍경을 보여주진 않고, 설사 노을이 눈부신 날일지라도 그것을 바라보지 않고 지나갈 때도 많고, 심지어 노을이 없는 날도 더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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