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구니산에 오르다
Posted 2011. 6.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동네 산 말고 다른 데를 가고 싶었다. 양평에 있는 중미산을 갈 요량으로 주차가 수월한 한화콘도
쪽으로 향했다. 배낭에는 언제나처럼 물 한 병과 책 한 권.
냉면과 고기완자로 유명한 옥천냉면집들을 지나 콘도 앞 너른 주차장에 차를 대니 7시 45분.
산책로 지도를 보니 중미산은 안 보이고, 농다치 고개를 지나 소구니산과 유명산으로 이어지는
3시간 코스가 표시돼 있다. 뭐, 꼭 중미산에 가야 하는 건 아니니까 오늘은 유명산을 가 보기로 한다.
산책로 지도에 유명산까지 3시간 코스인데, 경험상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 1차로
소구니산까지 가기로 하고, 상황 봐서 유명산까지 가든지 돌아오든지 하기로 하고 출발. 농다치
고개까진 정말 완만한 산책로가 전개된다. 25분 정도 숲길을 걸으니 고개 정상이란다.
농다치 고개를 지나 5분쯤 걸으면 바로 37번 국도가 나와 길을 건너야 한다. 유명산 등산로는
휴양림도 있고, 계곡도 건너야 한다고 들었는데, 아마 이 길은 주등산로는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일단 왔으니 망설이지 말고 고고씽.
길을 건너면 바로 긴 나무 계단부터 나온다. 계단이 끝나는 부분에서 뒤돌아보니 농다치
고개가 보이고, 자전거 타고 힘겹게 고갯길을 오르는 이들이 있다. 이들 바로 뒤에선 자동차로
이들을 보호하고 코치하는 이들도 보였다.
나는 토요일 아침 산행을 택했고, 이 사람은 도로 싸이클을 택했다. 나는 혼자 나무와
바람을 벗삼아 길을 나섰고, 이 이도 홀로 자전거 바퀴에 의지해 길을 달린다. 나는 좀 높게
갔다 올 수 있고, 이 이는 좀 길게 갔다 올 수 있을 것이다.
도로를 건너 유명산 산자락에 접어들어 두어 번 오르막을 오르니 헬기장이 나오면서
시야가 탁 트인다. 아침 시간이기도 했지만, 오르내리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이쪽 코스는
등산객이 적은 것 같다. 아무래도 유명산이 이름과 달리 그리 유명하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실없는 생각 따위를 해 본다.
등산객도 별로 없는데다가 그 흔한 표지 안내판 하나 서 있지 않아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궁금하던 차에 거의 땅바닥에 붙어 있는 고갯길 안내판을 겨우 찾았다. 방향만 있을 뿐 거리는
없다. 그건 네 할 몫이라는 냉정한 대접이다. 그나마 이거라도 있으니 안심이다.
조금 더 가니 드디어 제대로 된 안내판이 서 있다. 산행에서 정말 반가운 순간이다.
소구니산은 바로 앞이고, 유명산도 1.3km 밖에 안 남아 있으니 게까지 충분히 갔다올 수
있겠다.
도로변에서 정상까진 35분 정도 걸렸다. 800m나 되는 제법 높은 데 있는 소구니산
정상은 소박했다. 까만 묘비석 같은 정상비가 서 있고, 계속 가면 배너미 고개가 나온단다.
소구니란 이름에 얽힌 간단한 설명이나 안내가 있을 법한데 없었다.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하랴, 계속 앞으로 가서 유명산에 오르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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