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돼지집
Posted 2011. 8.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세상 좁다고, 며칠 전에 로즈마리가 우리 동네에 돼지고기 맛집이 있다길래 윙스푼으로 검색해 보니 전에 횟집들 있던 자리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인데다 맛이 궁금해 목요일 저녁 4인 가족 출두하셨다. 상호 한 번 단순하고, 명조체로 내건 걸로 봐서 맛 하나는 자부하는 듯 싶었다. 제주도산 고기를 쓰는지 문앞엔 돌하루방이 나란히 서 있다.
기본찬이다. 가운데 나물은 간장에 절인 명이나물이다. 다른 찬은 무료로 리필 되는데, 이 나물은 천원씩 내야 한다. 특이하긴 했지만, 돈 내고 리필할 정도는 아니었다. 잘 익은 김치는 그냥 먹어도 좋고, 고기와 함께 구워 먹기에도 좋았다.
고기는 200그램에 1만2천원씩이다. 암퇘지 삼겹살 2인분이 먼저 나왔다. 백두산에서 가져왔다는 숯으로 초벌구이가 되어 나오는데, 두툼한 게 비주얼부터 맛나게 생겼다. 보통 집에서 먹을 땐 저리 두껍지 않고, 가로로 한 번 더 자르기도 하는데, 이런 집에선 그냥 두툼한 녀석을 냉큼 집어 먹는 게 상책이다.
구운 김치에 부추를 살짝 얹은 다음 한 토막 올려 단숨에 우걱우걱 씹는 맛이 예술이다. 다들 젓가락질이 바빠진다. 시원한 음료와 함께 넷이 맘껏 먹으면 7, 8인분이 가뿐히 들어갈 것 같았다. 나 혼자 먹어도 3인분은 먹었을 것이다.^^
150그램씩 주는 항정살과 갈비살도 1인분씩 시켜 먹었는데, 처음에 나온 삼겹살만큼 강렬하진 않았다. 여러 가질 시킬 땐 순서도 중요한가 보다. 들어갈 땐 환하다가 나올 땐 슬슬 어둑해졌는데 고기도 노릇노릇 익고, 김치도 먹기 좋게 눌어붙으면서, 웃음꽃 피고 즐거운 저녁이 깊어간다.
고기는 이쯤 하고, 김치찌개(5천원)와 도시락김치볶음밥(3천원)을 시켰다. 볶움밥은 양은 벤또에 담겨 나왔고, 찌개는 양푼에 주면서 공기밥이 나왔다. 새마을식당 풍인데, 김치찌개 맛은 이 집이 조금 순한 것 같았다. 새마을 게 다소 강렬하고 칼칼한 맛이 세다면, 이 집은 은근하면서도 땡기는 감칠맛이 있었다. 입안을 중화시킬 겸 왕계란말이(5천원)도 시켰는데, 그건 별로였다. 홍합탕(7천원)도 있는데, 다들 배불러 해서 안 시켰다.
실내는 밖에서 볼 때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 분위기다. 적당히 시끄럽고, 가족 손님도 몇 있는 걸로 볼 때 꽤 알려진 집 같았다. 테라스에도 두 테이블이 있는데, 우리가 먹고 나온 7시 반쯤엔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였다. 다시 10분쯤 걸어 시청 건너편에 있는 까페베네에서 빙수 대짜 2개로 마무리.
무엇보다도 동네에 있어 간편한 복장으로 걸어갈 수 있다는 게 좋고, 뭔가 특별한 게 먹고 싶어지면 슬슬 가볼 만한 집이다. 그땐 다른 부위는 말고 삼겹살만 시키고, 김치찌게 둘이면 될 것 같다. 가격, 맛, 분위기 등 5점 만점에 3.7점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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