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동 쭈꾸미 골목
Posted 2011. 7.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토요일 오후. 주초의 무지막지한 더위까진 아니어도 무더운 하루가 계속되고 있었다. 아침 일찍 율리고개까지 다녀온 터라 몸도 살짝 지쳐 있어 오랜만에 영화나 보러갈까 했더니, 별로 추천하는 게 없다.
로즈마리는 합창연습하러 가고, 역시 무료해 하는 g에게 뭐 없냐 했더니, 천호동 나가 쭈꾸미나 먹고 오잔다. 소설가 한창훈은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나간다지만, 우리 부녀는 반바지 차림으로 버스 타고 천호동 마실 갔다 왔다.
현대백화점 건너편 먹자골목에 들어서니 쭈꾸미 천지였다. 아니, 이 동네. 왜 이리 쭈꾸미 세상인 거야!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는 독도 쭈꾸미가 원조라더니, 자긴 다른 집을
간다며 데려간다.
상호 한 번 되게 리얼하다. 쭈꾸미면 쭈꾸미지, 쭉삼이는 또 뭘꼬? 딱 선술집 분위기에 다닥다닥 상을 붙여 놓았다. 집마다 밖에 대기석이 있는데, 우린 5시 반쯤 들어가니 자리가 여유가 있다.
쭈꾸미만 시키면 8천원, 삼겹살이나 새우를 추가하면 천 원씩 더 붙고, 셋 다 시키면 만원이다. 그걸로 2인분을 시키니 금세 대령하는데, 일단 비주얼이 괜찮다. 찬이라곤 깻잎과 무쌈, 김치밖에 없다. 전엔 미역국을 줬다는데, 우리에겐 작은 누룬밥 하나 달랑 준다. 이러면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건데, 좋다. 맛 없으면 네들 죽.는.다!
지글지글 바로 뜨거워지면서 재료가 익기 시작한다. g 말로는 조금 매울 거라면서 은근히 걱정하는 표정인데, 녀석. 매운 거 싫어하는 한국사람 있냐? 1부터 9까지 어느 정도냐 물으니 3쯤 될 거라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1.5 정도밖에 안 되더라.
그래도 맛은 있었다. 매운 게 들어가니 좀 정신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시원한 음료를 시킬까 했더니, 웬일인지 매운맛 몰두하는데 방해된다며 사양한다. 음~ 녀석! 뭘 먹을 줄 아는구먼! 양은 남녀 둘이 먹기에 그닥 많지도 적지도 않았다.
남은 양념에 삶은 스파게티면을 비벼주는데, 고추장해물양념에 살짝 볶은, 아니 비빈 파스타, 이거 괜찮더군. 고소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한데다 살짝 매운 맛이 섞이니, 앞에 먹은 것들보다 은근히 땡긴다.
둘 다 그만 먹어도 됐지만, 블로그 비주얼의 완성을 위해 2천원 받는 날치볶음밥 1인분을 시켰다. 날치 대신 참치를 넣어도 되는데, 이렇게 마지막에 밥 볶아 먹는 재미와 실속, 요 근래 한국음식의 결정판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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