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먹은것들 1 - 참소라
Posted 2011. 11. 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놀멍 쉬멍 걸으멍
좋은 여행의 반은 먹는 데 있다, 고 나도 생각한다. 국내 여행이지만, 비행기 여행은 사실 피곤하다. 김포-제주는 50분밖에 안 걸리지만, 공항까지 가고 수속하고 대기하는 데 서너 배가 들기 때문이다. 8시 15분 비행기를 타려면 꼭두새벽부터 서둘러야 해 다들 아침을 못 먹었다. 제주공항에서 렌트카를 찾아 서귀포 가는 길에 맥도날드가 보이자 모두들 "저기요!"를 외쳤다.
다들 3천원 받는 맥모닝세트를 시키고, 나만 4천8백원 하는 걸 시켰는데 so so.. 제주도까지 와서 맥을 먹는 게 그렇긴 하면서도 머그잔 커피를 들이키니 기운들이 나는 것 같다. 집에서는 프라이팬에 덮혀 먹는 해쉬 브라운이 튀김 기름통에 들어갔다 나와선지 바삭하니 맛있다.
11시 반에 외돌개 주차장에서부터 7코스를 출발해 점심은 법환포구 쯤에서 먹기로 하고 한 시간쯤 올레길 풍광에 푹 빠져 걷다가 쉼터가 나왔는데, 마침 할머니 한 분이 소라와 멍게를 팔고 계셨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지나치랴! 일행은 여섯인데, 그 중 둘이 비린 걸 못 먹어 간단히 만원 어치만 시켰는데, 소라와 멍게를 서너 개씩 담으신다.
소라는 제주 짱돌로 찍어 껍질을 벗겼다. 노련한 할머니는 두 번도 아니고 한 번씩 내리친 다음 칼끝으로 소라 속살을 꺼낸다. 참소라는 이웃마을에서 바로 따 온 거고, 멍게는 다른 동네 걸 가져오셨단다. 저 빨간 통은 플라스틱 바구니보다는 다라야라고 불러야 더 잘 어울린다.
소라와 멍게를 손질하는 시골 할머니의 주름잡힌 손끝에선 장인 삘이 났다. 노련하다, 능숙하다, 숙련됐다 중에 어느 게 좀 더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한 치의 더듬거림도 없이 소라 까고 다듬는 신공을 보여주신다. 이러면 맛은 거의 보증되는 거다. 서귀포 해변의 이런 순간에 맛을 못 느끼거나 맛이 없다고 하는 건 그 사람이 입맛이 없기 때문이지 재료나 요리사 탓은 아니리라.
안 먹는 부분을 떼어내고 접시, 아니 사라에 담겨 나온 만원 어치 제주 간식은 훌륭했다. 제주도에 왔으니 제대로 된 회나 생선 요리를 맛봐야겠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벌써 우리 입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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