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먹은것들 3 - 용이식당 두루치기
Posted 2011. 11. 1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에 왔으니 해산물과 함께 한 번쯤 흑돼지나 오겹살쯤은 먹어주어야 하는데, 이번에 동행한 직원들은 해산물보다는 고기류를 선호해 저녁은 돼지고기를 먹기로 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 근처에 두루치기를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해 그 집을 찾아 나섰다.
용이식당은 두루치기 하나만 하는데, 꽤 이름난 집인지 손님이 많았다. 2인 이하는 평평한 불판에 호일을 깔고, 우리처럼 3인 이상은 움푹 패인 솥뚜껑 비슷한 불판을 그냥 낸다. 얼추 봐서 단골 반, 올레꾼 반쯤 돼 보였다. 비교적 넓은 실내에 빈자리가 별로 눈에 안 띈다. 나중에 보니까 재료를 포장해 가 집에서 해 먹는 이들도 있었다. 가격은 매우 착해 1인분에 6천원이고, 포장은 5천5백원이었다.
단일 메뉴기 때문에 자리에 앉으면 주문이랄 것도 일단 머릿수대로 재료가 척척 나온다. 테이블별로 수북한 콩나물 무침과 무채가 두 판씩 나오는데, 한 판은 반찬으로 먹고, 다른 한 판은 불판에 넣어 함께 볶는 용도다. 파절이와 상추, 고추가 따로 나오고, 밥과 국도 따라 나온다.
1번 타자로 냉동해 둔 돼지고기를 달궈진 불판에 얹어 굽기 시작한다. 한 사람 또는 둘이서 숟가락으로 고기를 골고루 앉히고 뒤집고 하다가 콩나물과 무채 한 판, 그리고 파절이를 쏟아 붓는다. 오, 이거 비주얼도 좀 되고, 괜찮은 방법이다. 그야말로 두루 쳐 먹는 것이다.^^
외지인 관광객인 우린 처음이라 조심조심했지만, 곁눈질로 다른 테이블들을 보니 가관이다. 이 여러 재료들을 불판에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이들도 있고, 여기다가 아예 밥까지 한데 볶으려는듯 더 높은 산을 만든 테이블도 있었다. 따라 해 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다들 배가 너무 고팠다.
수북하던 재료들이 수그러들면서 지글지글 소리가 나는 게 어느 정도 익은 것 같자 부지런히 먹기 시작하는데, 오! 이거 별미일세! 고기와 야채에 양념간이 배어 간이 딱 된데다가 양까지 푸짐해 젓가락질이 즐겁고 신난다. 올레꾼 블로거들이 이 집을 추천하는 이유를 알 만 했다.
상추에 얹어 한 입 먹고, 그냥 한 입 먹고, 밥 한 술 떠 또 집어 먹고, 중간중간 된장과 무만 넣어 시원한 국물 몇 숟가락 털어 넣으니, 하루의 피로가 저 멀리 달아난다. 한국시리즈 최종전이 될 것 같은 5차전 중계가 한창이었지만, 먹는 동안 중계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5점 만점에 4.3점 준다.
배 부르게 먹고 일어나면서 어떻게 포장해 갈 수만 있다면 사 가고 싶었지만, 다음날 밤에나 들어갈 집까지 갖고 갈 도리가 없어 다음에 제주에 오면 다시 찾기로 하고 걸어서 10분 정도 되는 이중섭 거리의 카페 <바람의 소리를 들어라>에서 이태리의 illy쯤 된다는 프랑스산 malongo 커피(캡슐) 한 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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