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당의 닭도리탕
Posted 2012. 1.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우리 사무실에서 매일같이 가는 식당은 1분 거리도 안 되는 옆옆 건물 2층에 있는 예당이다. 반경 5분 거리에 식당이 적지 않지만, 가장 오래되기도 하고, 가장 익숙하고 편하고, 음식도 무난한 편이라 특히 밥 좋아하고 멀리 걷기 싫어하는 여직원들이 좋아라 하는 곳이다. 5-6년 전부터는 식대를 매월 말일에 일괄 계산하기로 계약을 맺어 점심 때 어딜 가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줄어들었다.
단골 식당이다보니, 들어가면 반찬이 미리 차려 있고, 바로 머릿수만큼 그날의 백반 - 순두부, 육계장, 쇠고기 무국, 시래기 된장국 등 - 이 나와 기다리거나 고르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집의 매력이다. 반찬은 대부분이 채소지만, 맛이 괜찮아 어떤 찬은 한두 번 더 갖다 먹기도 한다. 거의 그린 필드를 달리는 반찬 수준이 조금 아쉽지만, 고물가 시대에 받아들여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그러나 반찬 인심은 아주 후한 편이어서 다들 편해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제육볶음이나 닭도리탕 같은 고기류를 내는데, 아무래도 다른 날보다 손님이 많아진다. 나는 점심산책을 이유로 일주일에 한두 번 여길 가는데, 이런 메뉴가 나오는 날 가게 된다.^^ 딱히 맘에 드는 메뉴가 아닐 때는 떡만두국을 시켜 먹기도 한다.
예당의 닭도리탕은 양도 푸짐하거니와 무엇보다도 국물이 내 입에 딱이다. 약간 단 맛이 나면서 고추장을 진하게 푼 국물은 닭고기 스튜를 먹는 기분이다. 치킨을 빼곤 원래 닭고기를 아주 좋아하지 않는데도 이 집 도리탕은 젓가락과 숟가락을 바쁘게 움직이게 만드는 묘한 맛이 있다.
요즘 감자가 싼지 감자를 넉넉히 넣었다. 맞은편에 앉은 디자이너가 닭가슴살만 먹어 닭다리가 내 차지가 됐다. 얼쑤!^^ 저 국물은 웬만한 스프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육수가 잘 우러나 입에 착착 감겨 서너 번은 떠 먹게 된다.
요즘 식사 전후 풍경은 어딜 가나 비슷한데, 일단 자리에 앉거나 식사가 끝나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스마트 폰 놀이에 열중하느라 다들 고개를 숙이고들 있다. 카톡 메신저나 메일을 확인하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게임을 하는 이들도 있다. 가끔 지하철을 타도 이런 풍경은 별로 낯설지 않은데, 그리 좋은 풍경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대세로 굳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