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감귤 막걸리
Posted 2012. 1. 1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작년 12월에 제주도에 갔을 때 저녁식사를 하면서 제주 막걸리 한 잔을 마셔봤다. 제주 특산물인 감귤로 만든 제주 감귤 막걸리였다. 감귤이 들어가서인지, 아니면 이름맛 때문인지 다른 막걸리들에 비해 단맛이 조금 더 강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그날 오후 올레 6코스를 걷다가 중간에 만난 쉼터 한 켠에 제주에서 파는 막걸리 4종 세트가 나란히 서서 우리 일행의 구미를 당기던 차였다. 비가 살짝 오는 초겨울 늦은 오후라 구경만 했다가 식당의 저녁식사 메뉴판에서 감귤 막걸리를 다시 발견한 일행 중 하나가 옳다구나 하고 시켜 한 모금 마셔본 것이다.
감귤 막걸리 외에도 조 껍데기술, 우리쌀 제주막걸리, 백록담 제주 올레 막걸리를 함께 파는 모양이다. 이름만 다른 건지, 맛도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단일품종이 아닌 게 좋아 보였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병 모양들도 조금씩 달랐으면 더 좋은 비주얼이 나왔을 텐데 거의 비슷한 모양에 상표 이름과 컬러만 달랐다. 제주도에 또 다른 브랜드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모아놓으니 제법 그림이 됐다.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불콰해지기도 하거니와 보수/근본주의적 교회 배경에서 자라 막걸리와 매우 친한 대학을 다녔으면서도 일찌감치 주당(酒黨)과 주도(酒道, 酒徒)의 길에서 자진 이탈하였지만, 약간의 순수한 호기심마저 버린 건 아니어서 이런 병 모음을 보면 도저히 인 찍어둘 수가 없다. 여행 기념으로 흔한 제주 상표 붙은 쵸콜렛을 사느니 한두 병 사갈까 하다가 소심과 귀차니즘이 발동해 그만두었다.
막걸리 얘기가 나왔으니 주당(酒黨)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본 <막걸리 기행>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정은숙이란 작가가 일본인들과 함께 한국 전역의 소문난 막걸리집과 양조장을 찾아 다닌 이야기를 기록한 책인데, 이 책 앞부분에 친절하게도 <전국 막걸리 지도>가 두 면에 걸쳐 나와 있다. 일식집이나 참치집 가면 횟감이나 참치 부위들을 그림과 함께 일본어로 보여주는 브로마이드나 상차림 종이 비슷하다.
각 지역에서 시판되는 대표 막걸리들이 동네 이름과 함께 지도로 표시돼 있어 일단 보기 좋고, 구미도 당기게 한다. 정말 막걸리 종류가 다양하다 싶은데, 이런 핑게로 슬그머니 여행 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매력적인 책이다. 아쉽게도 제주도 편은 없는데, 그래도 지도엔 제주좁쌀쌀막걸리가 나와 있다. 내가 본 것과 같은 것인지는 획인할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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