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첫 산행
Posted 2012. 1. 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올해 첫 산행을 했다. 1일 오후에 로즈마리와 마루공원에서 시작해 객산까지 갔다 오는 하남 위례둘레길을 한 시간 반 걷긴 했지만 본격적인 산행은 아니었다. 주말에나 갈 수 있겠거니 했는데, 마침 월화 양일간 스탭 수련회가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려 3일 화요일 점심을 먹고 끝난 뒤에 혼자 북한산을 올라 갔다 왔다.
북한산 둘레길 가운데 4.19 기념공원과 솔밭공원을 지나 백련사 쪽으로 올라 진달래 능선으로 해서 대동문, 보국문까지 간 다음 청수 계곡으로 해서 정릉 방향으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둘레길이 생기면서 4.19 묘소를 위에서 조망하는 코스가 많이 알려졌다.
북한산 둘레길 나무계단엔 산책객들을 위해 야광 표시와 발판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춰 놓았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다음 때마침 불어닥친 걷기 열풍과 맞물리면서 지자체마다 길을 만들고, 시설을 확충하고 보완한 건 대체로 환영 받을 만한 시도였던 것 같다.
둘레길에서 등산로로 이어지는 지점에 서 있는 표시판은 2km쯤 걸었고, 1차 목적지 대동문까진 2.6km 거리라고 알려준다. 이 길은 두세 번 오른 적이 있는데, 오르막 돌계단이 많이 나오긴 해도 부지런히 걸으면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백련사 쪽으로 올라와 능선을 만나면 오른쪽으로는 우이동 방향이고, 왼쪽으로 가면 진달래 능선을 지나 대동문 방향이다, 10분쯤 완만한 능선길을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북한산 주봉들인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의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이 세 봉우리를 일컬어 예전엔 삼각산으로 불렀다.
날이 흐려 전망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풍경은 언제나 좋다. 렌즈에 계속 반점이 생기는 게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아직 무상보증기간이 지나지 않았으니 A/S를 제대로 받아야 할 것 같다.
1차 목적지 대동문에 도달할 즈음부터 눈발이 살짝 뿌려대기 시작했다. 수련회에 있느라 일기예보를 못 봤지만, 큰 눈이 올 것 같진 않았다. 대동문 안으로 해서 오른쪽으로 계속 가면 백운대다. 중간에 암벽도 조금 나오는 재미있는 코스인데, 다음을 기약했다. 보통은 여기서 다시 되돌아가 우이동 방향으로 내려가지만, 조금 더 가서 보국문에서 정릉 방향으로 내려가는 쪽을 택했다.
보국문 가기 전에 왼쪽으로 접어들면 칼바위 능선이란 이름부터 살짝 위협적인 코스가 나오는데, 저리로 가도 정릉 방면에 도달할 수 있다. 부럽게도 그 꼭대기에 부지런한 등산객 하나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험한 코스라는데, 봄이 오면 오전에 와서 저리로도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
약간 쌀쌀하긴 했지만, 오르고 걷느라 땀이 나 그리 추운진 몰랐는데, 보국문에 있는 온도계가 영하 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정상부는 아니어도 5, 6백 미터는 되는 지점이니 이 정도 기온이면 겨울 등산하기에 적당한 날씨였던 것 같다. 나중에 버스에서 배낭에 갖고 간 물을 몇 모금 마셨는데, 이가 약간 시릴 정도로 차가워져 있었다.
보국문 안내도가 마침 까만색에 거울처럼 비춰 잠시 셀카 놀이를 해 봤다. 빨간 자켓은 15년쯤 된 아버크롬비인데, 잘 안 입다가 등산으로 살이 조금 빠진 요즘 입고 다니기 편해서 다시 입고 있다. 모처럼 표정과 컬러 모두 맘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두세 군데 약수터 가운데 얼지 않은 게 딱 하나 있어 반가웠다. 눈발이 조금 굵어지려는 기미가 보여 지체하지 않으려고 약수 맛도 다음에 보기로 하고 걸음을 서두르니 4시 40분쯤에 버스 정류장에 이르렀다. 날씨가 받춰주진 않았어도 첫 테이프를 잘 끊은 것 같아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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