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산 가는 길
Posted 2011. 11. 1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토요일 늦은 오후에 위례둘레길을 걸었다. 마방집 건너 바깥샘재에서 출발했던 지난 번과는 달리 광주 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 마루공원에 주차하고 올라갔다. 예전부터 있던 하남시 공동묘지 격으로, 몇 해 전에 광역화장터 부지로 언론에 오르내린 곳이다. 외곽순환도로와 중부고속도로가 지척이라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내집앞 혐오시설 기피 풍토(NiMBY)로 성사되지 못했다. 차로 5분쯤 좀 더 내려가면 남한산성 가는 길 못 미쳐 은고개가 나오는데, 다음엔 그리로 올라가 볼 참이다.
길 안내 리본이 눈에 띄지 않아 묘지를 통과하면 길이 나올까 해서 무작정 올랐다가 수십여 기를 이리저리 지나 겨우 둘레길과 만났다. 나중에 내려올 때 보니, 묘지를 통과하지 않고 둘러서 내려오는 옆길이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오른쪽으로 가면 쥐봉이 5분 정도에 있는 하산길이라, 객산이 있는 왼쪽 방향으로 난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산길이지만, 완만한데다 길이 잘 나 있어 거의 평지를 걷는 기분이다.
11월 중순의 산길은 온통 낙엽으로 덮여 있었다.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키 큰 나뭇가지들에 매달려 있던 나뭇잎들이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하늘은 열고 땅은 덮기에 이르렀다. 내년 여름에 이 길을 다시 걸으면 푸르름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는 초록 나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을 때마다 혼자지만 앞뒤로 동행이 있는 것 같은 소리를 듣는다.
20여 분을 걸으니 객산이다. 옛날 한양 가는 길목이라 지나던 길손이 머물던 객사가 근방에 있어 유래됐다는 이름이 정겹다. 해발 301m라 나름대로 전망도 괜찮다. 팻말 뒤로 한강을 끼고 있는 하남과 강 건너 덕소가 보이는데, 왼쪽은 서울 방면이다. 요즘 해는 5시 반쯤 지는데, 30분 정도 남기고 있어 석양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다른 땐 방향을 잘 몰라도 해 넘어가는 걸 보니 알겠다.
지난 번처럼 샘재에서 오거나 오늘처럼 마루공원에서 오면 이곳 객산까지 30-40분이면 충분하고, 넉넉잡고 한 시간 반이면 왕복이 가능한 산책길이다. 등산보다는 가벼운 산책에 어울리는 길인데, 워낙 길이 좋은데다 풍경도 새롭고 남한산성까지 통하는 이곳 둘레길을 알게 되면서 잠시 검단산과 예봉산은 잊고 지내고 있다. 아무래도 본격적인 산행은 12월에나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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