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렇게 안 되는 게 많다냐
Posted 2012. 1.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산에 가면 경치를 보기 전에 정보를 보게 된다. 정상까지 어떤 길이 있고, 얼마 걸리고, 여기가
어디쯤이고, 어디로 올라가서 내려올 땐 어디로 내려올 수 있나 등등 등산이나 산책에 요긴한 정보를
보여주거나 읽을 수 있는 안내판을 만나면 반갑기 그지 없다. 그런데 간혹 가능성보다는 금지나
제한을 가하는 부정적인 정보도 만나게 된다.
지난주 북한산 가는 길에 여섯 개의 금지조항을 담은 안내판을 봤다. 대개는 하라고 해도 못할
것들이었지만, 일부 등산객들 사이에 몰래 시도되고 있는지 제한을 가하는 내용이었다. 아래쪽에
작게 적발시 과태료를 물린다고 해 놨는데, 산에서 해선 안 되는 게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나야 아주 가끔 등산로가 확실치 않아 샛길로 들어갔다가 진땀을 빼는 것 외엔 해당사항 없는
것들이지만, 애완견을 데리고 등산하는 이들이나, 산에 컵라면 끓여먹는 재미로 오는 사람들(대개는
보온병에 끓인물을 싸오지만, 아주 일부는 버너와 코펠을 갖고 다니기도 한다), 그리고 호젓하게
야간산행 즐기려는 이들이 보면 잠깐 갈등을 느끼거나 고민할 수도 있는 것들이었다.
목요일 점심 때 올라갔던 모락산에는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제일 흔하고 고전적인 펼침막이
걸려 있었는데, 급히 읽으면 쓰레기가 제일 좋다는 No. 1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일부러 눈에 띄게
할 요량으로 컬러풀하게 만들었겠지만, 등산로 주변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볼품없는 캠페인처럼 보인다. 산에 이런 걸 막 걸어놔도 된다는, 등산객들을 무시하는 어설픈
오만함 같은 게 느껴져 너나 잘하시지, 가 목끝까지 올라왔다 내려갔다.
금지와 제한 그리고 경고는 우리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하는데, 단순비교는 불가능
하겠지만, 대개는 작게 그리고 주변과 어울리게 만들어 놓는 것 같다. 재작년 가을 남아공에 갔을 때
테이블 마운틴(1,050m)을 혼자 오른 적이 있는데, 그림 표지판엔 등산에 필요한 것과 조심 또는
금지해야 할 것이 잘 표시돼 있었다. http://jayson.tistory.com/298
이해하기도 쉽고 보기도 좋은데다 긴급연락전화번호까지 한데 나와 있어 혹 필요할지 몰라 디카로
찍어 두었다. 안~ 돼!를 연발하면 고압적으로 보이면서 눈에 잘 안 들어오게 마련인데, 이런 안내판은
하나하나 차분하게 살펴볼 마음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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