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들도 눈이 좋구나
Posted 2012. 2.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사무실이 있는 동네에 미대가 있으니까 캠퍼스 안은 물론이지만 근처 거리나 공원 미관이
다른 데에 비해 좋은 편이다. 모락산 산책을 마치고 계원대를 통과해 나오면 길가에 자그마한
근린 공원이 있는데, 계원대에서 만든 동물상들이 너댓 개 서 있다.
재밌는 것은, 머리 자리에 꼬리를 대칭으로 붙여놓아 어디가 머린지 구분이 안 가게 했다는
것이다. 말도 흑마와 백마를 반씩 붙여놓았는데, 평소 지나다니면서 작가가 참 재밌는 발상을
했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평범한 걸 싫어하고, 현실을 약간 조롱하는 듯한 이미지 같다.
이 친구들이 살아있는 동물이 아니라는 걸 알았는지, 며칠 전 내린 눈이 등 위에 고스란히
쌓여 있었다. 움직이는 동물이었다면 눈을 피했을 텐데, 꼼짝없이 서서 그 많은 눈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 이 친구들이 수동적으로 눈을 맞기만 한 게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내리는 눈을 맞이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한 자리에
오래도록 서 있어야 한다면 내리는 눈을 기꺼이 그리고 신나게 즐기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서지
않았을까.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작은 공룡이 앞발을 들고 춤추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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