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등산로
Posted 2012. 1.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수요일 점심 때 오랜만에 산책코스를 바꿔 계원대학을 통과해 내가 A코스라 부르는 산길을
걸었다. 5년 전 걷기 시작하면서 처음 다닌 길이다. 계원대 후문에서 10분 정도 올라간 다음엔
거의 오르막이 없는 좋은 트레킹 코스다. 외곽순환도로 바로 밑에 있는 우리 사무실까지 50분이면
충분하다. 보통 때는 S코스라 이름 붙인 사인암을 갔다 내려오는데, 거리는 짧아 보이지만
줄곧 오르막이라 역시 50분은 잡아야 한다.
A코스 초입엔 아주 작은 개울이 하나 있는데, 여름철엔 하산길에 뻘개진 얼굴과 흘러내린
땀을 씻을 수 있는 고마운 곳이다. 가을 이후 가뭄이 계속되면서 물이라곤 거의 한 방울도 볼 수
없었는데, 어제 가 보니 눈이 녹아 내린 건지 주변으로 흘러넘친 채 온통 얼어 있었다.
예년 겨울엔 거의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올 겨울 이 정도로 녹아 흘러 내릴 만큼 눈이 아주 많이 온 것도 아닌데, 어디서 흐르기 시작한
건지 모르겠지만, 제법 두껍고 넓은 얼믐 지대가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두어 해 전에
몰아 닥친 태풍 때 이 산에서도 아름드리 나무들이 수십, 수백 그루 쓰러지고 부러지고 뿌리를
드러냈는데, 아직도 그대로인 걸 보니 그냥 저대로 둘 모양인데, 꽁꽁 얼어버린 개울과 그런대로
어울려 보인다.
아래쪽을 돌아보니 얼음층이 제법 길게 형성돼 있다. 산길이란 게 꼭 다니던 길로만 다니지
않아도 되는 거라서 얼음이 없는 옆길로 살살 왔는데, 그래도 행여 미끄러지거나 넘어지지 않을까
조심해야 했다. 그러고보니 벌써 1월도 하순에 접어드는데, 올겨울엔 아직까지 아이젠 쓸 일이 없었다.
눈이 많이 오지 않아서기도 하지만, 그만큼 열심히 다니지 않았다는 말일 게다.
얼음 지대(?)를 벗어나니 5분 정도 살짝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부지런히 올라야 하는 능선이
보인다. 산길이란 게 빤히 앞에 보이는 지점도 실제로 걷고 오르다 보면 빨리 안 나오는 법인데,
여기도 금세 오를 길처럼 보이지만, 막상 해 보면 숨이 차 오른다. 푸른색이건 갈색이건 잎을 모두
떨어뜨린 겨우나무들 사이로 흐린 하늘이 보이고, 능선 중앙으로 역시 흐린 해가 비추고 있었다.
'I'm wandering > 동네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길 (2) | 2012.02.04 |
---|---|
겨울 어느 햇볕 좋던 날 (2) | 2012.01.22 |
첫눈 내린 산길 (4) | 2011.12.22 |
12월 중순 차가운 겨울풍경 (0) | 2011.12.18 |
깃발 나무 (2) | 2011.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