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동네 산행
Posted 2013. 1. 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1월 6일 토요일 오후에 로즈마리와 검단산을 쉼터까지 갔다 오는 것으로 새해 첫 동네 산행 테이프를 끊었다. 정상까지 간 게 아니어서 본격적인 산행이라 말하긴 뭐하지만, 그래도 차가운 날씨에 온통 눈으로 덮인 산을 왕복 한 시간 반 정도 가볍게 걷는 재미가 있었다. 작년 마지막 토요일엔 운길산 수종사까지 가서 차를 마시고 왔으니 두 주 연속 둘이 산행을 한 셈이다.
사방이 온통 눈으로 덮인 가운데 20미터는 족히 돼보이는 낙엽송들이 시원하게 하늘로 뻗어 있는데, 이파리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떨어뜨려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하늘이 수십 그루 나무들 사이로 제 얼굴을 드러냈다. 겨울철에만 누릴 수 있는 풍경이다.
키다리 나무 낙엽송들은 대체로 꼿꼿이 허리를 펴고 있지만, 개중 몇 그루는 마치 활처럼 휘어져 있다. 뿌리가 패였거나 강풍에 나무가 꺾여져 그런 겐가 해서 가까이 가 보면 뿌리나 줄기가 멀쩡한데도 저렇게 휘어져 있다. 피곤해서일까, 장난끼가 발동해서일까? 장난을 거는 나무야 재밌겠지만, 제 한 몸 버티기도 버거울지 모르면서도 의연한 자세로 장난을 받아주는 나무들의 내공이 대단해 보였다.
등산로와 나무들 사이로 흐르던 개울에도 눈이 덮이고 얼음이 얼었다. 한여름 비라도 내린 뒤엔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도 차 올랐는데, 계절이 가을, 겨울로 바뀌면서 물이 점점 줄어들더니 한파에 하나 둘 얼어 붙기 시작했다. 그래도 두꺼운 얼음 속으론 아직 얼어 붙지 않은 개울물이 졸졸 흘러 내려 반가웠다. 5분 정도 앉아 설경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다가 몸이 얼어붙기 시작하는 것 같아 내려왔다. 가다가 봐둔 호떡집에서 줄 서 기다리다가 호떡 하나씩 먹고 왔다.
'I'm wandering > I'm a pedestri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샘물이 필요해 (2) | 2013.03.03 |
---|---|
눈길을 달리는 세 열차 (2) | 2013.02.27 |
몹시 추웠던 날의 산행 (2) | 2013.01.05 |
가지 않은 길, 가야 할 길 (2) | 2013.01.01 |
눈 덮인 검단산 (2) | 2012.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