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부활의 예배당
Posted 2025. 4. 20.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교회 나들이성금요일 저녁은 교회에서 음악예배가 있어 다녀왔다. 아내가 속해 있는 2부 성가대가 다른 순서 없이 존 스테이너의 칸타타 <The Crucifixion>을 테너와 바리톤 독창자와 함께 한 시간 정도 음악회 형식으로 연주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바리톤 정록기 선생도 좋았지만, 테너 솔리스트로 참여한 최승태 선생은 70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소리와 호흡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두 분과 같은 교회를 다닌다는 자부심이 느꺄지기도 했다.
음악도 좋았지만, 사순절 내내 교회당 왼쪽 천장부터 길게 걸려 있는 <그리스도의 발>이라는 심정아 선생의 작품도 늘 눈이 간다. 못자국 난 그리스도의 발을 테마로 린넨(세마포)에 인두로 태워 표현한 십자가 상흔 사이로 통과하는 빛은 신비롭다. 석 달에 한 번 하는 독서모임 멤버이기도 한데, 조금 친해지면 작품 세계에 대해 들어봐야겠다.
성금요일 저녁에 갔을 땐 정면 길다란 십자가를 검고 투명한 천이 덮고 있었다. 왼쪽 작품 만큼이나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엇을 표현하는 것인지 직관적으로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혹시 칸타타 끝부분에 저 검은 휘장이 세로로 갈라져 찢어지듯 없어지는 퍼포먼스가 있진 않을까, 그러면 근사하겠다고 혼자 상상했는데, 내 상상이 너무 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