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추억
Posted 2011. 9. 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onderful CapeTown
퇴근하고 옷을 갈아입고 식탁으로 나오는데 안방 입구에 십자가가 걸려 있었다. 작년 가을 로잔대회 참가차 케이프타운에 갔을 때 대회장 아프리카 마켓에서 사 온 것인데, 재활용이 가능한 티백(Tea Bag)에 일일이 색을 칠하고 장식해 꽃문양 등으로 멋을 낸 남아공 빈민촌 사람들의 작품이다. 단순해 보이면서도 원시적인 예술성을 겸비해 4만원 정도 주고 사 왔다. 뒤에 고리나 구멍이 없어 대충 세워두었던 것을 아내가 붙여놓은 모양이다.
20여년 전 방콕에서 사 온 나무 코끼리 세 마리, 아프리카 지도와 빅 5가 그려 있는 타조알, 얼룩말 장식그릇, 돌을 깎아 만든 모자상, 그리고 남아공, 케냐, 발리에서 사거나 선물 받은 원주민 목각들이 서로 어울리며 자리를 잡았다. 영어 주기도문은 산호세에 있는 오하나(Ohana) 교육재단에서 받았고, 복상 퇴직 감사패도 벌써 8년이 됐다.
특별한 의미 없이 여기저기 놓여 있던 것들이 십자가가 벽에 걸리면서 정돈되고 시선을 끌게 됐다. 십자가만 남기고 다른 것들은 다 치워도 단순하고 담백한 벽면이 되겠지만, 소품들 하나하나가 지나온 족적이니 당분간 이렇게 놓고 안방 출입할 때마다, 아니 현관을 드나들 때마다 눈길을 건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전에는 십자가나 성구가 적힌 작은 액자 같은 종교적인 기념품을 사 올 생각도 안 하고 걸어놓을 마음도 없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이런 게 그리 싫지 않다. 느슨해진 건지 느긋해진 건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이콘 같은 것도 하나 장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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