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인두 같았던 그의 설교
Posted 2013. 9. 3.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Articles어제는 옥한흠 목사님이 돌아가신 지 3년째 되는 날이었다. 국제제자훈련원이 만드는 월간 disciple 9월호는 3주기 특집으로 그의 설교를 조명하고 있는데, 내게도 청탁이 와서 A4 한 장 분량의 간단한 소회를 정리해 봤다.
옥한흠 목사님의 설교를 처음 들은 건 35년 전인 1978년 내수동교회 대학부 시절이었다. 그 해 만 40이 되셔서 미국 유학에서 갓 돌아오신 옥 목사님을 대학부 선배 오정현 형이 섭외해 송추에서 열린 여름수련회 강사로 첫 선을 보이고, 그 후 3년 연속 모시게 되는데, 옥 목사님이 사역하셨던 70년대 초중반의 성도교회 대학부에 이어 내수동교회 대학부 전성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왼쪽으로 가르마를 탄 긴 머리에 두툼한 큰 뿔테 안경을 쓰고 약간은 시니컬한 표정의 도회적 풍모를 지닌 중키의 옥 목사님은 수련회 4박5일 동안 50여 명의 청년들과 함께하시면서 잊을 수 없는 생명의 말씀을 전해 주셨다.
그가 전한 요한일서에 나오는 복음으로 인한 생명, 교제, 기쁨은 우리 모두의 생각과 꿈을 확 바꿔놓았을 뿐 아니라, 그가 가르쳐 준 짧은 찬양 <God is so good>, 그의 메시지마다 어김없이 반복된 Wonderful하신 하나님(하나님이 시시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의 삶도 시시하지 않고, 하나님이 위대하신 것처럼 우리의 삶도 위대할 것이다), 복음으로 인한 Refresh한 삶 같은 말은 그 후 성장 가도를 달리게 되는 대학부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슬로건이 되면서 오랫동안 우리들 사이에 회자됐다. 우리는 옥 목사님이 전하는 하나님과 그 말씀 그리고 그후 30여 년간 한국교회를 이끈 이 젊은 설교가에게 매료되고 흠뻑 빠질 수밖에 없었다.
사랑의교회에 다니지 않았던 나는 그 후 옥 목사님의 메시지를 간헐적으로 들을 기회를 갖게 되는데, 80년대 강남지역 연합신앙강좌(강변-김명혁, 남서울-홍정길, 사랑의-옥한흠, 서울영동-손봉호, 할렐루야-이종윤 목사 등 강남 5교회가 돌아가면서 주제를 바꿔 개최한 신앙강좌 시리즈로 대부분 책으로 묶여 나왔다)에서 행한 현대교회생활 관련 강의들, 그리고 교회 서점에서 사서 테이프로 들었던 여러 설교들, 한목협 관련 집회 설교 등이었고, 육성은 아니지만 책으로 꾸며진 설교를 읽는 정도였다.
꾸준히 들은 게 아니어서 체계적인 평가를 할 순 없어도 특유의 카랑카랑하고, 동시대 설교가들에 비해 비교적 지성적인 풍모가 강했던 그가 눈을 감고 빠르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절정을 향해 치달리면서 복음과 제자도를 설파하는 모습은 여전히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그의 설교는 집중해서 듣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들고, 어떤 변화를 결단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출판과 잡지 관련 사역을 하면서 비교적 다양한 설교가의 메시지를 들었지만, 기억컨대 내가 들었던 옥 목사님 메시지 가운데 대충 준비하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옥 목사님의 설교는 존 파이퍼(John Piper) 식으로 표현하자면 “뜨거운 인두 같은 한 문장”이었다고 비유할 수 있겠다. 다른 말로는 결정적 한 방이 있는 설교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랑의교회 같은 신사적인 교회에서 전해지는 메시지가 무어 그랬겠느냐고 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의 메시지를 들어본 이들은 이내 공감할 것이다. 그의 전성기 메시지는 불로 지지는 인두 같을 때가 많았다. 다듬잇돌이나 다리미대 위에 얹혔던 빨랫감들이 제대로 펴지거나 다려지지 않은 건 애당초 세탁이 덜된 채로 올라왔기 때문이지 인두의 성능이 나쁜 탓은 아니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찬수, 박희석 등 그의 문하에 있었던 제자들의 설교를 가끔 들으면서 그들에게 영향을 미친 옥 목사님의 향기와 스타일이 진하게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누가 봐도 옥 목사님 스타일의 설교를 하는 이들을 위시해서 그의 문하에서 목회와 설교를 배웠던 리틀 옥한흠들이 옥 목사님이 그러셨듯이 자칫 향방을 알지 못하면서 꺼져가는 한국 교회를 지키고 되살리는 생명의 메시지를 오고 오는 세대에 줄기차게 전해주길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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