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죽다 살아난 이야기
Posted 2013. 10. 13.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Joyful Taipei여행을 하다 보면 경탄을 연발케 하는 즐거운 순간도 있지만, 아주 가끔 예상치 못한 위기의 순간을 직면하기도 한다. 막 나대거나 설치지 않으면서 조심하는 성격 탓에 크게 난감했던 기억은 그리 많지 않은데, 그래도 생전 처음 겪는 돌발상황으로 아찔했던 순간이 몇 번은 있었다.
2007년 5월 LA 남가주대학(USC)에서 열렸던 잡지훈련 세미나에 참여하던 중 하루일정을 마치고 기숙사 10층으로 올라가는 낡고 오래된 엘리베이터가 층간에 갑자기 덜컹하더니만 10여분간 멈춰서는 바람에 비상벨 누르고, 안에 있는 버튼이란 버튼은 죄다 누르고, 벽을 쾅쾅 두드리며, 관리요원에게 SOS 요청하는 등 난리법석이었던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다행히 한참 후에 다시 덜컹하면서 움직이더니 다음층에 서길래 잽싸게 빠져 나왔다.
2012년 7월 유타 주에 있는 자이언 캐년(Zion Canyon)의 바위산 Agels Landing(8/16/12) 정상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멀쩡하던 날씨가 갑자기 돌풍을 동반한 소나기를 세차게 뿌려대는 바람에 바위 위에 배낭을 움켜쥔 채로 주저앉아서는 꼼짝없이 흩날리는 비와 모래바람을 뒤집어쓴 채로 그저 비바람이 그치기만을 고대했던 순간도 있었다. 마침 미국에 있던 g와 함께 올라가던 중이라 둘이 서로 난감한 순간을 맞아야 했다.
그리고 지난 달 타이베이 여행 마지막날, 그러니까 딱 한 달 전에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복병을 만났다. 사흘간 내내 소식이 없더니, 새벽부터 그분이 오신 것이다. 며칠 건너 뛰었지만, 늘 하던대로 힘 몇 번 주면 시원해질 줄 알았는데, 너무 낭만적인 오산이었다. 도저히 나올 기미가 안 보이는 건 둘째치고, 식은 땀과 현기증까지 몰려오면서 앉지도 서지도 눕지도 못하고, 별 소득없이 화장실만 들락날락거리는 무지막지한 고난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 중국어 하는 직원이 약국에서 부랴부랴 약을 사 왔지만 별 소용이 없었고, 계속 시도해 봤지만 진땀만 삘삘 흘리면서 힘만 더 빠진 채 귀국 비행기 시간이 되도록 해결을 못하고, 어그적대면서 공항에 겨우 왔다. 공항에서도 몇 번이나 화장실에 앉았다가 끝내 성공하지 못하고, 비행기에선 환자라고 겨우 얻은 빈 세 자리에 대충 누워 와야 했다. 속이 비정상적으로 꽉 찬 상태에선 누워도 누운 게 아니었고, 기류 관계로 안전벨트 사인이 켜지면 고통스럽게 다시 일어나기를 두세 차례 반복하면서 비몽사몽간에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두 시간 넘는 비행 끝에 김포공항에 도착해 직원들을 보내고 지하철과 버스로 두 시간 정도 걸려 집에 올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하고 식은 땀이 주루루 흘렀는데, 이판사판 1층 화장실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끝장승부를 보기로 했는데, 거기서 기적이 일어났다.^^ 대한민국 만세!가 절로 나왔다. 아침에 호텔에서 먹은 변비를 온화하게 해제시킨다는 약이 이제야 효과가 나타난 건지, 아니면 역시 신토불이인 건지, 어쨌든 만 12시간을 죽다가 살아 돌아왔다는 이야기. 덕분에 constipation이란 단어는 안 까먹을듯.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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