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식당 밥
Posted 2014. 2.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요즘은 대학식당들도 대기업 음식 파트나 프렌차이즈 전문 업체가 외주 운영하는 곳이 많다는데, 35년 전 내가 대학 다닐 땐 깎두기만 주는 국밥과 조촐한 백반류가 대부분이었다. 도시락을 싸 간 날은 학교앞 중국집에서 백 원 짜리 짬뽕 국물을 시켜 말아 먹는 재미도 있었는데, 요즘은 아마 이런 거 하는 중국집 없을 거다.
송도에 있는 뉴욕주립대학에서 2박3일 있는 동안 4천원 균일가로 아침, 점심을 한 번씩, 저녁은 두 번 사 먹었다. 줄 서서 기다리다가 식권을 내고 식판에 밥이며 반찬을 자유롭게 떠다 먹는 시스템인데, 대체로 맛이 괜찮았다. 학생식당 밥 먹을 기회가 거의 없는 우리 같은 세대들에겐 이런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된다.
둘째날 저녁은 숙주를 넣은 볶음밥에 소시지 하나, 그리고 메밀면이 들어간 맑은 우동 국물에 간단한 샐러드, 마늘과 생강 절임에 김치가 나왔다. 다들 먹으면서도 다른 데서 쉽게 보기 어려운 신기한 조합이라고들 한마디씩 했다.^^ 그러니까 메인은 볶음밥(한식)이고, 서브는 메밀국수(세미 일식)와 구운 소시지(경양식)인 셈인데, 무얼 주로 먹어야 할지 애매한 구성이었다.
다행히 국수를 좋아해 한 그릇 더 갖다 먹었는데, 같은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한 이들을 훑어보니 뭔가 신나게 맛있게 먹는 표정들은 아니었다. 외국 학생들이 많아 퓨전 메뉴로 내놓은 거라 보기에도 뭔가 어정쩡한 게 2%는 부족한 메뉴였다. 미국 대학 분교답게 메뉴도 미국식으로 조금 풍성하게 내놓으면 좋겠는데, 그러기엔 이용하는 학생수도 그리 많지 않고, 식단가가 올라 4천원엔 택도 없겠지만, 어쨌든 조금 더 풍성하면 좋을 것 같다.
'I'm wandering > 百味百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애틀 Dancing Goats 커피 (2) | 2014.03.10 |
---|---|
안동소주 - 빈 병 주고 새 병 받다 (2) | 2014.02.24 |
올림픽 망중한 (2) | 2014.02.15 |
봉구스 밥버거 (8) | 2014.01.27 |
약병처럼 생긴 커피 원두병 (2) | 2014.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