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ain Name
Posted 2014. 8. 4.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ild Yosemite요세미티는 워낙 넓은데다가 빼어난 봉우리며 다양한 볼거리들이 즐비해 형편이 허락되는 대로 당일치기 버스관광이나 하이킹부터 며칠씩 걸리는 백패킹까지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해 오며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 굿모닝, 하이, 하우아유 등의 기벼운 눈인사를 나누지만,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는 길목에서 말을 건네다 보면 서로 이름을 소개하곤 하는데, 이때 대부분 본명보다는 산 이름(Mountain Name)을 주고받는다는 걸 알게 됐다.
적당한 이름이 없던 우리도 트레킹 하는 동안 각자 이름을 짓게 됐는데, 원정대장 Shiker님이 먼저 CPK(Crazy Pastor Korean)란 재밌는 이름을 지었다. 우린 잘 모르지만,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CPK 하면 바로 캘리포니아 피자 키친(California Pizza Kitchen)을 떠올린다며 사람들에게 쉽게 각인될 거라면서 맘에 들어 했다.
우월한 운동신경과 체력으로 늘 선두에 나섰던 등반대장 막내 토니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AT로 불러달란다. LA에서 한인학생들을 위해 IVF 간사로 있을 때 학생들을 데리고 매년 요세미티를 찾은 그는 학생들이 얼마나 남았어요 하고 물을 때마다 거의 다 왔다(Almost there!)고 외치며 독려하던 데서 재치 있는 이름을 생각해 냈다. Almost there! 산에서 많이 듣는 밉지 않은 거짓말 베스트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말이다.^^
산 이름, 그것도 영어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나는 처음엔 2014년에 이 산에 왔노라는 티를 내면서 Halfdome 14er, Tuolumne 14er 등을 생각해 냈지만 무슨 단체 이름 같고, 캠페인 구호 같아 이내 접었다. 귀국해서 내 스타일에 맞는 이름이 생각났는데, DS가 그거다. 디테일에 강한 평소 스타일을 따서 Detail Seo로 불리우는 것도 재밌겠다 싶어서다. S는 Sensing을 뜻하기도 하는데, MBTI에서 전형적인 S라고 lari님이 정리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역시 산 이름으로는 조금 심각하고 재미없어 보인다. 보우만(W. E. Bowman)이 아무도 오르지 못했던 가상의 나라 요기스탄에 있다는 지상 최고봉 럼두들(무려 12,000m)을 오르는 7인의 이야기를 능청스럽고 재미있게 그려낸 <럼두들 등반기 The Ascent of Rum Doodle, 1956>에 나오는 괴짜들처럼 좀 더 가볍고 발랄한 이름이어야 부르기도 편하고 기억하기도 좋을 텐데, 아무래도 내년에 다시 백패킹하기 전까지 좀 더 고민해서 새로 지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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