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 바위
Posted 2016. 9. 1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사인암 올라가는 길에 벤치가 두세 군데 놓여 있다. 경사진 구간-평지 구간이 세 번쯤 반복돼
빠른 걸음으론 20분, 천천히 가도 30분이면 오를 수 있는데, 더위 탓에 몇 주간 게으름을 피웠더니
금세 발걸음이 무거워져 보이는 벤치마다 급히 앉아 숨을 헐떡였다. 앉아서 숨을 돌린 다음에도
바로 올라가지 않고 괜히 옆을 두리번거렸는데, 평소엔 잘 안 보게 되는 등산로 옆에 있는
바위도 둘러보게 됐다.
십 년 가까이 오래 그리고 매주 두세 번씩 자주 봐 익숙한 곳인데, 오늘따라 큰 바위 위에
놓인 바위가 문득 고인돌처럼 보인다. 10m 정도의 크고 넓은 바위에 3m 정도의 작은 바위가
얹혔거나 앉아 있는 모양샌데, 길다란 게 영락없는 고인돌 모양이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고인돌
용도였다면 명당 자리가 따로 없겠다 싶을 정도로 괜찮은 자리였다.
등산로, 그러니까 벤치 쪽에서 바라볼 땐 육중한 게 길쭉하면서도 날렵해 보여 고인돌로까지
쳐 주었는데, 가까이 가서 왼쪽으로 돌아가 바라보니 고인돌은 온데 간데 없고 뭉툭하고 평범한
동네 바위였다. 고인돌이 아니란 게 판명됐지만,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몸 전체가 큰 바위 가운데로
편안하게 놓이지 않고 한쪽은 엉덩이는 공중에 들고 살짝 떠 있는 스릴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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