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하늘색이다
Posted 2020. 6.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검단산 쉼터를 지나 곱돌약수터에서 잠깐 숨을 돌린 후 계단길을 오르면 갑자기 넓직한 공터가 나온다. 사방 폭이 백 미터까진 안 돼도 꽤 넓고 평평한 운동장 같은 공간이 묘한 해방감을 주는데, 한쪽엔 팔각정이 세워져 있어 여기서 쉬어가는 이들도 많다. 높이로나 지형으로나 딱히 동급 비교는 안 되지만, 이를테면 요세미트 하프돔 올라가기 전에 맞닥뜨리는 서브돔 자리쯤 되는 위치인데, 여기를 벗어나면 15-20분 정도 긴 헐떡고개가 이어지면서 정상으로 연결된다.
보통은 바로 아래에 있는 곱돌약수터에서 잠시 목을 축이면서 쉬어가기 때문에 여기서 다시 쉴 일은 없어 지나치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이 자리에서 보이는 정상부를 살펴보게 됐다. 정상부가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 게 눈에 보이는데, 이번엔 하늘색과 흰 구름이 반쯤씩 점유하고 있는 여름 하늘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아랫쪽은 초록의 숲이고, 위 왼쪽은 하늘색, 위 오른쪽은 흰 구름이 서로 삼분(三分)하고 있는 절묘한 형태였다.
이 세 컬러가 이루는 콤비네이션과 하모니도 좋았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하늘색 그 자체였다. 하늘색이 이리도 진하고, 맑고, 선명하다니! 그동안 여기저기서 봐 온 숱한 하늘색들 가운데 이보다 더 멋지고 장엄하고 광활한 것들이 당연히 많았지만, 이날 이 하늘색 만큼은 어디다 내놔도 뒤지지 않는 순수 하늘색이었다. 그야말로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청량감을 만끽하다가 문득 정신이 들어 정상으로 향하는 헐떡고개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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