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7코스를 걷다 1
Posted 2011. 11. 4.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놀멍 쉬멍 걸으멍
10월과 11월 두 달 간, 아니 정확하게는 10월 말일과 11월 첫날 그러니까 1박2일간 제주도를 다녀왔다.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한 가을 소풍이었다. 봄에 2박3일간 타이뻬이로 봄소풍을 다녀온 우리는 두세 달 전부터 가을엔 올레길 한번 걷자는데 의기투합, 저가항공편을 알아보고 숙소와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진에어로 아침 8시대에 출발해 다음날 오후 5시대에 돌아오는 꽉찬 실속여행이 시작됐다.
한가을의 제주도 여행은 딱히 스케줄을 잡지 않고 그냥 비행기에 몸을 싣고 제주도에 발을 대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나는 일인데,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 올레길 하나는 걸어주어야 할 것 같아 알아보랬더니, 가장 많이들 찾는다는 7코스가 정해졌다. 출발점인 외돌개를 지나 얼마 안 가면 바로 이런 길이 내내 펼쳐진다.
1만5천원 하는 제주올레 공인 패스포트를 하나씩 구입했다. 여권보다 조금 작은 크기인데, 아래처럼 각 코스별로 출발지-중간점-종착지에서 각각 스탬프를 찍는 용도다. 기념도 되고 해서 사둘 만 하지만, 출발 며칠 전까지 원래는 예산을 잡지 않았다가 이 패스포트로 예상치 못했던 신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정보를 긴급 입수하고 샀는데, 결과적으로 그 값 이상을 하는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하단의 문양은 간세라 부르는 제주올레를 상징하는 조랑말이다. 당근 머리쪽이 진행 방향이다.
올레길 안내 표식은 나무에 매단 리본과 돌에 표시한 화살표, 그리고 갈림길에 설치돼 있는 두 가지 색의 나무화살표인데, 제주바다색의 파란색은 정방향, 감귤을 상징하는 주황색 화살표는 역방향이다. 참 잘 만들었다. 점심 시간 빼고 천천히 놀멍 쉬멍 걸으멍 해서 5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이런 안내 표식들이 잘 설치돼 있어 코스를 이탈할 일은 없었다.
7코스는 외돌개-법환포구-강정포구-월평포구를 지나는 13.8km의 해안길인데, 길이는 짧지만 올레길 가운데 제법 난이도가 있다고 알려진 코스다. 다 걸어보니 딱히 어렵다기보다는 이런저런 길을 걸어볼 기회가 부여돼 지루하지 않다고 이해하는 게 맞겠다는 느낌이다. 다른 코스를 걸어보진 않았어도 난이도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달래 놀멍 쉬멍 걸으멍이겠는가.
날씨도 우리를 반겨 원없이 제주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바라보고 걸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카메라를 들이대야 했고, 절로 수다와 웃음이 피어났다. 단풍철 월요일이라 심심하지 않을 정도의 올레꾼들을 만날 수 있었고, 바다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초보 올레꾼을 온몸으로 환영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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