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들섬 돈까스
Posted 2012. 10.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계원대 정문 앞, 그러니까 우리 사무실 대각선 모퉁이에 있는 건물에 돈까스집이 새로 생겼다. 이 일대는 외곽순환도로 바로 아래라 상권 형성이 잘 안 되는 곳인지라 건물은 번듯해도 장사가 잘 되는 집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왼쪽엔 이봉화 해장국이 있고, 오른쪽엔 이영근 닭갈비가 있는데, 두 집 다 맛이 괜찮다. 대학교 앞이라 돈까스집이 하나 있을 만한데, 전에 있던 게 없어져 분식집이나 국수집 돈까스만 먹다가 상호로 내건 집을 만나 반가웠다.
내부는 생각보다 쾌적하게 꾸며놓았다. 예전 우리네 대학 시절 대학가 경양식집의 약간 어두컴컴한 분위기를 탈피하고 밝은 톤과 채광이 잘 되는 통창이며, 책꽂이 인테리어에 밝은 색 테이블들이 답답한 느낌을 거둬 갔다. 천장 인테리어도 나름 감각 있게 설치했는데, 늘어뜨린 선들이 조명을 받으면서 뭔가 이벤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액자식으로 걸어놓은 메뉴는 등심과 안심 돈까스 두 종과 라멘과 나가사끼 짬뽕 등으로 단출했다. 돈까스는 비교적 가격이 착해 보이고, 면류는 내용과 맛이 어떨진 몰라도 천원 정도씩 비싸단 느낌이 들었다. 면과 돈까스를 함께 먹을 수 있는 세트 메뉴도 있다. 가게 앞에 세워놓은 배너엔 규동도 보였는데, 아직 팔진 않는단다. 규동까지 팔면 금상첨화일 것이고, 우리 사무실의 참새 방앗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난 등심 돈까스를 시켰는데, 일본에서 들여온 듯한 흰색 큰 접시에 잘 튀겨 먹기 좋게 썰어 나왔다. 접시에 바로 담지 않고 스덴 채반 위에 얹어 비주얼을 살렸다.^^ 고기는 잘 숙성시켜서 돼지고기 냄새가 안 났고, 양도 적당해 6천5백원 짜리로선 그 값은 충분히 했다. 스프는 없고 대신 미소 된장국이 나왔다.
양배추 샐러드와 단무지, 피클, 짱아치가 몇 개씩 나왔다. 안심 돈가스도 먹고 싶어 등심 하나를 주고 안심 둘을 받는 불공정 강제 엿장수맘 트레이드를 좌우에 앉은 직원들과 두어 번 단행했다. 칼만 안 들었지, 뺏어 먹은 거나 진배 없다.^^
다섯 명이 가서 돈까스만 맛보긴 뭐해서 한 사람은 세트 메뉴를 시켰더니 카라라멘이 함께 나왔다. 따로 시키면 좀 더 큰 그릇에 나오는데, 걸쭉하면서도 살짝 매콤한 국물맛이 시원했고, 라멘 면발도 식감이 좋았다. 생라멘인지 아닌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만원이 훌쩍 넘는 파스타집에 비해 조금 저렴하면서도 입맛을 돋궈주는 돈까스집이 근처에 생겨 다행이다. 장사가 어느 정도 돼서 오래 살아남아 우리가 종종 찾는 식당이 되면 좋겠는데, 이 동네 경기가 만만치 않아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
'I'm wandering > 百味百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꿀은 도대체 언제 나오나? (2) | 2012.11.01 |
---|---|
분당 츄라스코 브라질리아 (2) | 2012.10.29 |
점심으로 빵과 커피를 먹다 (6) | 2012.10.12 |
끝내주는 우이동 멸치국수 (8) | 2012.10.06 |
전어 포식 (2) | 2012.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