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은 도대체 언제 나오나?
Posted 2012. 11. 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인사동에서 사진전을 보고 나오다가 주전부리 할만한 걸 찾았더니, 마침 호떡 가게가 보였다. 넓다란 철판 위에 기름이 철철 넘칠 정도로 왕창 들이붓고 반죽을 한꺼번에 던지듯 깔아서 꾸욱 눌러준 다음 뒤집으면서 거의 튀겨내듯 구워내는 집이었다. 각 과정이 분업화 되어 톱니처럼 돌아갔는데, 많은 수요를 감당해내기 위해 고안한 것 같았다.
기름에 푹 적시니 반죽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면서 부풀어 올랐다간 꺼지면서 이내 제모습을 찾아갔다. 다 구워진 호떡들은 길다란 스덴 채반 위에 얹어 기름을 빠지게 한 다음 종이컵에 담아 천원씩 판다. 구경하는 재미, 기다리는 재미에 먹는 재미까지 갖추니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전통 호떡은 아니지만, 인사동 호떡은 이렇게 종이컵에 쥐고 먹는다. 상당히 뜨겁기 때문에 혀나 입술이 데지 않도록 적당한 스킬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아무래도 기름에 많이 담궈놨기 때문에 보통 호떡에 비해 조금 뚱뚱하고 작은 편이다. 어떻게 보면 호떡 같고, 또 달리 보면 도너츠 같은 생김새다.
한 입 조심스럽게 베물어 먹어 본다. 기름끼가 배어 있긴 하지만 뚝뚝 흘러내릴 정도로 많지는 않다. 이게 이 집의 기술 같았다. 맛있는 부분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맛은 나쁘지 않은 정도다. 다른 쪽으로 한 입 더 베물어 먹어봐도 속에 든 게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거, 되게 비싸게 구는구먼. 고소하긴 해도 조금 심심해지려는 맛이다. 밀가루 반죽인 줄 알았는데, 노르스름한 게 옥수수 가루 반죽이란다.
삼세 번이라고, 한 입 더 베물어 먹자 비로소 살짝 기별이 왔다. 나 여기 있다고, 조금 더 인내를 갖고 기다려 달라고.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저만한 호떡에서 꿀맛 나는 부위가 조렇게 작다는 건, 참 잔인한 기다림이다. 꿀은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야?
한 번 더 베물어 먹자 이제야 제대로 된 꿀호떡맛이 난다. 음~ 맛있다.^^ 피같은 꿀이 자칫 흘러 넘쳐 떨어지거나 손이나 옷에 묻지 않도록 잘 들고 있다가 잽싸게 입을 크게 벌려 먹어주셔야 한다. 천원짜리 인사동 호떡, 줄서서 기다렸다가 하나 사 먹어볼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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