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카토 벤치
Posted 2012. 11. 2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
벤치는 원래 그 자체로도 그러하지만 호숫가의 벤치는 더더욱 낭만이다. 와이카토 대학의 호숫가엔 수수한 벤치들이 여럿 눈에 띄었는데, 벤치 뒤로 잘 가꿔진 나무가 배경을 이뤄 단순한 벤치를 넘어 포토 존 역할을 하는 것도 있었다. 저기에 앉으면 뭐 하나 부럽지 않을 것 같다.
가로등이 옆에 있고, 호수를 바라보면서 상념에 잠기게 하는 전형적인 벤치다. 오리들까지 한가하게 노다니는 이곳은 한 번 앉으면 최소 10분은 붙잡힐 것 같다. 굳이 무슨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풍경을 바라보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밤이 되면 은은한 불빛 아래 푹 잠겨 휴식을 취하게 한다.
등받이 없는 벤치도 여럿 봤다. 낡았지만 운치가 있어 보인다. 나무와 풀과 한데 어울려 호수의 흐름을 지켜보는 친구가 되었다. 이 자리가 명당 자리인 것은 이 부분만 잔디가 거의 없을 정도인 걸 보면 알 수 있다.
벤치는 외로움이다.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싶었던 벤치는 뒤로 몇 걸음 물러가 나무 속에 파묻히려다가 마음이 따뜻한 정원사의 도움으로 얼굴을 드러낼 수 있었다. 너무 쓸쓸해 할까 봐 나무는 잎까지 떨어뜨려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오틀랜드의 바닷가에도 벤치 물결이다. 몇년 동안 본 오리보다 더 많은 오리 녀석들을 브런치를 먹은 다음 잠깐 걷는 동안 만났다. 오리들은 살판 났고, 오클랜드를 찾은 나는 뜨겁게 환영 받았다. 그 사이에 벌써 오리발을 내미는 녀석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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