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벗는 나무 - 와이카토 편
Posted 2012. 11. 2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
키가 크고 둘레가 넓어 무척이나 단단할 것만 같아 보이는 나무도 껍질을 벗어내 주변을 지나다가 깜짝 놀랄 때가 종종 있다. 얼핏 보면 나무의 껍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지만, 자세히 보면 영락없는 껍질 벗는 나무다. 그것도 얇고 작게 벗는 게 아니라 제법 두껍고 크게, 심지어는 여러 겹 겹쳐 훌훌 겉옷을 벗어버리는 나무가 있었다.
와이카토 대학의 이 이름 모를 나무는 몇 번 무심코 지나치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 다가가 만져봤더니 물렁물렁한 느낌까지 줄 정도로 신축성이 있는 나무였다. 타국에 있는 이름 모를 나무의 생태를 알 도리 없어 연유와 자세한 과정은 모르겠지만, 상당한 정도로 껍질 벗는 과정이 진행돼도 워낙 큰 나무라서인지 성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는 것 같진 않았다.
누가 잘라냈는지, 아니면 성장 과정에서 스스로 떨어뜨렸는지, 중간중간 이렇게 커다란 눈처럼 생긴 부분이 이 나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아마도 위로 더 자라가게 하려고 아래를 쳐낸 흔적일 것이다. 눈빛이 형형한 게 예사로와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한 뿌리에서 나온 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한 바퀴 둘러보면서 자세히 관찰해 보니 엄연히 한 뿌리에서 갈라진 줄기들이 당당히들 일가를 이루면서 우뚝 솟아 있었다. 껍질을 벗어낸 줄기들을 따라 시선을 옮겨가면 이런 모양의 나무였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아름드리 나무 세 그루가 한데 어울려 흔히 볼 수 없는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한 번 더 보는 이들을 놀래키고 있었다. 그야말로 대박,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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