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어다리 모듬회
Posted 2013. 3.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부산 송정에서 회 먹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 전에 삼일절 휴일엔 가족과 함께 인천 송도 나들이를 하면서 회를 먹었다. 제대로 된 회를 먹어보자는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긴듯 떠밀려 향한 곳은 연수구청 근처에 있는 어다리. 두어 해 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는데, 마침 그때 함께 갔던 로즈마리도 이 집 정도면 괜찮겠다고 해서 고고씽. 하남에서 한 시간 정도에 닿았다.
저렴한 점심정식도 있었지만, 오랜만의 4인 가족 나들이라 인당 3만원 초반대의 모듬회를 시켰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씨푸드 레스토랑을 가도 비슷하게 받는데, 가끔 이렇게 리프레시 하는 날도 있어야 사는 재미가 있고, 원성을 덜 듣게 된다.^^ 메생이죽으로 간에 기별을 주면서 10여 번에 걸친 서빙을 받았다.
이 집도 스끼다시를 좀 주는 집인데, 음식과 함께 접시 장식에도 신경을 써서 조금 있어 보이게 만들었다. 이런 대접이 마냥 반갑기만 한 가족들의 표정을 보니 잘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치를 살짝 구운 타다끼와 오징어 튀김이 야채와 함께 샐러드로 나왔다. 야채 중심의 샐러드만 보다가 이런 샐러드가 나오면 대체로 기분이 업되면서 다음엔 또 뭐가 나오려나 하는 기대를 안할 수 없게 된다. 조개 껍데기에 얹은 조갯살이며, 비주얼에 신경 쓴 이런저런 애피타이저가 오감을 자극하고 동원하게 한다.
그리고 8자형 땅콩 모양의 접시에 산낙지가 나오자 방안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일순 탄성이 터진다. 참기름 기운에 꿈틀거리는 게 다들 신기한 모양이다. 입천장에 달라 붙을까봐 슬쩍 겁이 나고, 씹다가 미끄러지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뜻 젓가락들을 안 갖다대길래 킥킥 웃으면서 두어 점 맛있게 먹으면서 엄지 손가락 치켜드니, 그제서야 맛보고는 젓가락질이 바빠진다.
대나무통에 찐 조개도 다른 데선 쉽게 볼 수 없는데, 처음엔 덮여 있는 비닐 속에 뭐가 있으려나 궁금해들 했는데, 만두나 딤섬이 아닌 조개가 나오자 급화색들이다. 하여튼 이 집은 맛을 떠나 비주얼과 양으로 인천까지 찾아온 손님들을 즐겁게 래 주었다.
한참을 먹어 슬슬 배가 불러지려는데, 오늘의 메인 코스 회가 나왔다. 꽃단장한 접시는 색깔이며 문양이 일본풍으로 보였는데, 양은 그리 푸짐해 보이진 않았지만, 우리 식구들 먹기에 부족하지도 않았다. 광어와 우럭이 나왔는데, 모듬회란 이름에 걸맞게 한두 개 다른 회가 곁들여졌으면 금상첨화였겠다.
사진에 담진 않았지만, 등심버섯구이도 있었고, 튀김류, 조림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계속 나왔다. 회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끼다시는 일절 나오지 않고 회만 듬뿍 주는 집이 진짜 잘하는 집이라고들 하지만, 우리 식구들은 다양하고 풍성한 스끼다시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이런 집이 더 어울린다. 그럼 나는? 물론 둘 다 잘 어울린다.^^
그리고 이날 비주얼의 하이라이트 격인 우럭으로 추정되는 생선 튀김이 따로 나왔는데, 모두들 여기서 쓰러졌다.^^ 절묘하게 각을 잡은 이 생선 튀김 사진은 최근에 스마트폰을 장만한 로즈마리의 페이스북에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친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 냈다. 보는 재미와 함께 뜯어 먹는 재미를 위해 세 손가락씩 들어가는 얇은 비닐 장갑이 나와 마치 랍스터나 북경오리 가르듯이 살을 발라 서빙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마무리는 역시 매운탕과 알밥. 그냥 공기밥이 나왔으면 국물만 두어 숟가락 떠 먹은 다음 수저를 놓았겠지만, 알밥의 유혹은 컸다. 점심치고는 조금 거하게, 과하게 먹었지만, 다들 만족스러워 했으니 오늘의 미션은 일단 성공이다. 인천항에서 유람선을 탈까 하다가 송도 신도시로 가서 분위기 괜찮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쉬다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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