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천동 본가밀면
Posted 2013. 3. 1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부산에 가면 한 번 먹어야지 했던 게 밀면이다. 최불암씨가 나레이터로 나오는 <한국인의 밥상> 같은 프로나 맛집 프로를 보면서 군침만 흘렸던 메뉴다. 이런저런 일로 여러 번 부산엘 갔으면서도 막상 밀면 먹을 기회가 없어 아쉬웠는데, 드디어 돌아오기 전 점심으로 먹게 됐다. 부산 토박이의 안내를 받으면서 광안리 해변에서 가까운 남천동에 있는 본가밀면을 찾았다. 동래 쪽 안락동에도 분점이 있는데, 가야밀면도 알아준다고 한다.
넷이서 물밀면 보통 2개와 곱빼기 2개 그리고 비빔밀면 하나를 맛배기로 시켰다. 당연히 나는 곱빼기.^^ 찐계란 반쪽을 먼저 집어 먹고, 다대기를 푸니 영락없는 국수 대접이다. 면만 다르면 물냉면과 다를 바 없고, 서울에서 먹는 온면 국수와는 국물이 뜨겁지 않고 차갑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확실히 냉면맛에 길든 내 입엔 약간 미끌거리고 끈적한 느낌이 나는 면발이 생소했다. 그리고 첫 맛 - 다른 음식도 마찬가지지만 국수도 이게 중요하다 - 에서 경상도 음식 특유의 강하고 센 맛, 짜고 자극적인 맛이 나지 않고 심심하고 밋밋한 맛이 나서 조금 놀랐다. 딱히 나쁘지 않았지만, 예상 외로 순한 맛에 솔직히 약간 김이 빠졌다.^^
내 입맛엔 비빔이 조금 더 땡겼다. 비빔면에 얹은 다대기가 매콤달콤한 게 식욕을 자극했다. 그래도 70년대에 광화문 선다래에서 먹던 비빔냉면이나 하남으로 이사 오기 전 살던 잠실 집앞에 있던 해주냉면보다 맵진 않았다. 다른집 밀면맛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집은 경상도 음식에 대한 내 선입관념을 깨뜨리는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워낙 면음식을 좋아하는지라 곱빼기를 보통처럼 먹어댔다. 밀면 맛을 즐기는 이곳 사람들은 여름이면 번호표 받고 식당 밖에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두세 그릇은 어렵지 않게 비워 낸다고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 한 분이 옆에 앉아 드시는 걸 찬찬히 관찰해 보니, 속도만 약간 처질 뿐 거의 장정처럼 드시고 있었다.
우리같은 외지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물었던지 아예 벽에 밀면의 유래를 붓글씨로 길게 써 붙여놨다. 피난 온 실향민들이 냉면 생각은 간절하고, 재료 구하긴 어려워 메밀 대신 값이 싼 밀가루로 반죽을 해서 국수가락으로 뽑아 냉면처럼 먹기 시작했단다.
'I'm wandering > 百味百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천 어다리 모듬회 (4) | 2013.03.20 |
---|---|
모스키토, 아니 모스카토 (2) | 2013.03.19 |
부산 기장시장 몬난이 생갈치 (2) | 2013.03.14 |
부산 송정 완도횟집 (2) | 2013.03.13 |
삼겹살데이 (2) | 2013.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