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시장 몬난이 생갈치
Posted 2013. 3.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점심으로 푸짐한 회를 먹었는데, 부산지역 이사장께서 저녁으로 이곳 맛집 중 하나인 기장시장에 있는 갈치집에서 한 턱 내셨다. 다른 때 같으면 이게 웬 횡재냐 하겠는데, 다들 점심에 먹은 회가 안 꺼져 표정들이 볼만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우리 사람, 타지에 갈 땐 외장하드를 몇 개 가져간다. 점심 회는 G 드라이브에, 저녁 갈치구이는 H 드라이브에 넣으면 되는 것이다.^^
제주생갈치만 쓴다는 이 집은 구이와 찌개가 1인분에 각각 2만5천원씩인데, 살이 두툼하다 못해 아주 튼실한 갈치 가운데 토막 한 점과 기타 부위 한 점 정도가 1인분에 해당하는 눈치였다. 비주얼이나 맛에서 일부러 찾아올 만한 갈치맛집이었다.
갈치찌개엔 노르스름한 늙은 호박속을 넣었는데, 부산 사람들은 이렇게 먹는지 몰라도 이 조합은 그리 맘에 들지 않았다. 갈치 자체가 은근한 단맛을 내는데, 다시 약간 단맛 기운이 나는 호박을 넣는다? 음~ 약간 이해하기 어려운 조합이었다. 나 같으면 무를 넣거나 감자를 넣었을 것이다.
아마도 갈치 조림 하면, 고춧가루 듬뿍 넣은 칼칼한 맛에 익숙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제주도 음식점 도라지에서 먹은 갈치 조림은 확실히 매운 맛에 짠 맛까지 나서 국물에 밥을 비벼 먹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비싼 생선이라 많이 넣을 수 없어 양념맛에 일정 부분 의존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집은 짜지도 싱겁지도, 그리 달지도 않은 게 확실히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손맛이 있는 집이었다.
시장통에 있는 전형적인 식당처럼 테이블이 10개가 채 안 되는 작은 식당이라 점심 저녁으로 예약은 일절 안 받으며 번호표 받고 줄 서서 기다려 먹는 집이란 소문이 날 만 했다. 이런 식당은 기다리는 손님들 때문에라도 알아서 눈치껏 적당히 일어서 주어야 하는데, 자연히 주방 구경이나 자세한 스케치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멸치회와 갈치회도 내는데, 언젠가 갈치구이의 유혹을 이길 만큼의 내공이 쌓여야 도전해 볼 메뉴 같다. 시장통에 자리 잡은 맛집답게 상호를 못난이, 몬난이, 몯난이를 기분내키는 대로 그때그때 적당히 섞어 쓰는 것 같았다.
갈치라는 재료의 공급 때문인지 11시에 열어서 2시까지 점심 장사를 하고선, 두 시간 문을 닫고(준비 시간을 갖고) 4시에 다시 열어 7시까지 저녁 장사를 한다는데, 그후에 가면 손님을 안 받겠다는 건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가게 명함도 없고, 간판도 변변치 않은데, 기장시장 간판이 있는 정문 반대편, 그러니까 대게집들 있는 후문쪽 시장 들어가기 전 바로 왼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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