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데이
Posted 2013. 3.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먹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핑계도 잘 갖다 붙이는데, 대표적인 것이 날짜와 관련된 것이다. 개그맨 김준현이 얼마 전 네 가지에서 써 먹었지만, 그 전부터 식객들 사이에 통용되던 기념일 타령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가령 1월 1일은 신정이 아니라, 1+1Day이고, 2월 2일은 족발데이다. 그럼 3월 3일과 5월 5일은? 당연히 삼겹살데이와 오겹살데이지.
주일 저녁이 마침 3월 3일이라 우리도 당연히 그 의식^^을 치뤘다. 며칠 전부터 막내가 노랠 불렀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가족 모두가 은근슬쩍 편승했다. Why not? 동네 작은 마트에서 삼겹살과 목살 그리고 항정살까지 두 근 반을 2만 5천원 어치 사 왔고, g는 편의점에서 알코올 없는 모히토를 사 와 얼음을 넣어 근사한 쥬스를 만들어 냈다.
상추에 고기와 파절이 얹어 쌈싸 먹으면 되니까 밥하고 국 외엔 다른 찬이 필요 없다. 모처럼 아이들이 굽겠다고 나서더니, 결국엔 어머니 때문에 발이 묶인 나를 대신해 쉐프 로즈마리가 솜씨를 발휘했다. 자연스럽게 기름기 많은 설거지는 내몫이 됐다.^^
친구들과 고깃집을 몇 번 다녀온 막내가 마늘을 듬뿍 구워달라 특별주문했고, 파절이에도 고춧가루를 넣더니 식구들에게도 권한다. 그래야 맛이 더 난다나. 며칠 전 언니집에서 얻어 온 비타민이 있어 듬뿍 넣으니 파절이가 샐러드 역할을 톡톡이 했다.
파이널은 역시 잘 익은 김치를 같이 구워 먹는데, 고기 기름이 밴 뜨거운 김치에 삼겹살 얹어 먹는 맛도 삼삼했다. 부드러운 항정살은 김치찜에도 좋은데, 다음주에 동생네가 중국에서 오면 한 번 해 먹을 것 같다. 고기 두 근 반이면 음식점에선 거의 8-9인분인데, 고기만 1/3 값으로, 식사까지 치면 1/4 값으로 다섯 식구가 푸짐하고 즐겁고 삼삼한 삼겹살데이를 치뤘다. 다음 기념일은 언제지? 뭐 아무 때나 배고프데이~ 하면서 만들면 되지 않을까?^^
'I'm wandering > 百味百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 기장시장 몬난이 생갈치 (2) | 2013.03.14 |
---|---|
부산 송정 완도횟집 (2) | 2013.03.13 |
돔베고기와 성게 미역국 (2) | 2013.03.01 |
로즈마리표 오곡 비빔밥 (2) | 2013.02.26 |
처제표 묵밥 (2) | 2013.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