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송정 완도횟집
Posted 2013. 3.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부산에 가서 회를 안 먹을수 없는데, 만약 혼자 갔다면 자갈치 시장이나 광안리 횟집 타운을 찾아 갔겠지만, 이번엔 부산 토박이도 있고, 대접하는 부산 분도 있어 송정 바닷가에 있는 횟집을 찾았다. 소위 로컬 사람들만 온다는 집이다. 전라도 분들이 하는 집인지 완도횟집이란 간판을 걸고 있었다.
1인분에 2만원씩 받는 모듬회를 시켰는데, 바닷가 아니랄까봐 츠끼다시(つき-だし’)가 푸짐하게 나왔다. 쯔끼다시라고도 부르는 이 애피타이저 격의 밑차림이 많이 나오는 곳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고, 그냥 회 위주로 차려지는 집을 좋아하는 이들로 갈리는데, 우리 같은 서울 촌놈들은 대개 전자를 선호하는 것 같다.
그저 이것저것 많이 나오면 눈이 휘둥그래지는데, 그래도 서울에선 보기 어려운 미역과 톳이며 방아가 쌈으로 나왔고, 과매기에 논고동찜에 가오리찜, 수수전까지 나와 맛 이전에 눈이 신기하고 즐거운 상차림이었다. 집어 먹기도 바쁜 터에 사진 찍으랴, 이름 물어보랴, 정작 회는 아직 멀었는데 서울촌놈 블로거 한바탕 수선을 피웠다. 디저트로 숭늉에 식혜까지 나온다.
회는 아무 데코레이션 없이 큰 접시에 듬뿍 담겨 나왔는데, 이런 게 오리지널이다. 어종이나 신선도는 우리 같은 도시 사람들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고 분별할 실력이나 안목도 없지만, 여기 사는 이가 데려갔으니 어느 정도 믿을 만하다고 해야겠다. 간장과 초고추장 외에 큰 대접에 야채를 담아 샐러드처럼 먹거나 비벼 먹으라고 내왔다.
쌈 재료도 상추와 깻잎 외에도 피와 미역 그리고 특이하게도 방아가 나왔다. 남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방아는 독특한 향이 있어 잘 못 먹는 이들이 많은데, 오랜만에 도전해 보니 먹을 만 했다. 서울에서처럼 감질나게 그리고 눈치 보면서 한 점씩 먹지 않고, 수북하게 덜어와서 마구 비벼 입에 넣으니, 오호라! 이것이 회맛이로구나.
양도 적지 않게 나온데다가 앞과 옆에 앉은 이들이 나보다 적게 먹는 연장자에 여성이어서 우리 사람 오늘 날 잡아서 오랜만에 회로 배 터지게 드셔주셨다. 음~ 행복하다.^^ 이 집은 특이하게 매운탕에도 추어탕에 넣는 산초가루를 넣었는지 향이 색달랐다. 하여튼 전라도 분들의 미각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전통 있는 횟집답게 메뉴도 단촐하다. 비싼 물고기도 시키면 해 주기도 하지만, 2만원짜리와 3만원짜리 모듬회가 주종을 이루는 것 같았다. 요즘 서울에선 2만원 주고 모듬회는커녕 점심 정식 먹기도 만만찮은데, 이 집은 가격 대비 양과 질 모두 풍성한 차림으로 손님들의 입을 즐겁게 해 주었다. 사실 횟집 메뉴가 이 정도면 충분한데도 서울 같은 도시에선 몇 장이나 되는 메뉴판에 수십 가지 메뉴 붙여 놓고 비싸게 받는지 모르겠다. 부산에 간다면 기꺼이 다시 찾아올만한 맛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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