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 벚꽃들
Posted 2013. 4. 2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하남에도 벚꽃들이 잘 폈다. 아파트 단지나 산책로들마다 몇 해 전에 심어놓은 벚꽃들이 탐스럽게 피어올라 여의도 부럽지 않은 벚꽃 터널을 이룬다. 특히 좋은 곳은 검단산 가기 전,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앞에 있는 신안아파트와 덕풍천 사이 산책로인데, 며칠 전부터 만개해 절정을 이루고 있다.
토요일 하루 종일 심술궂은 날씨는 비를 뿌려댔는데, 조금 지체하면 벚꽃이 지거나 비바람에 다 떨어져 허망해질까봐 오후 세 시쯤 빗줄기가 거의 멎을 기미가 보이길래 어머님을 모시고 가벼운 산책길에 나섰다. 작년에 우리집에 오실 때만 해도 잘 걸으시고 크게 힘들어 하진 않으셨는데, 일 년 사이에 걸음이 많이 늦어지시고 힘들어하시는 기색도 보인다. 그래도 활짝 핀 벚꽃에 좋구나를 연발하신다.
수북하니 활짝 핀 벚나무 그루나 모여서 터널을 이룬 걸 바라보는 것 못지 않게 작년에 심하게 가지치기를 한 벚나무 기둥에서 새로 피어난 벚꽃들도 좋기는 매한가지다. 날이 좀 궂은 날이 꽃 구경하긴 더 좋은지도 모르겠는데, 가까이 가서 올려다 보니 꽃 핀 게 마치 막 수묵으로 사군자를 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조금 더 걷노라니 벚꽃 가지 하나가 담벽에 기울어져 편하게 안겨 있는 듯해 보였는데, 마치 벽에 그림을 그려 놓은 것 같았다. 대개는 평면에 그려 놓은 게 입체적으로 보이면 좋겠다 싶을 때가 많지만, 반대로 이렇게 입체적인 걸 순간을 포착해 그림이나 사진으로 평면에 붙들어 두는 것도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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