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보쌈
Posted 2013. 5. 2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지난주 석탄일 점심을 먹으러 하남-광주 국도변에 있는 새능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가 사방이 차로 막혀 질겁하고, 급히 방향을 돌려 신장 시내 골목으로 향했다. 금토일 황금연휴의 시작인데다 어디든 연결되는 중부고속도로와 외곽순환도로, 양평 가는 팔당대교가 있는 우리 동네는 휴가철이나 연휴엔 가급적 차를 움직이지 않는 게 장땡인데, 깜빡했었다.
1차 목적지를 놓치고, 2차로 생각한 밥집을 가려다가 골목에서 마늘보쌈이란 간판이 눈에 띄었다. 어차피 가려던 밥집까지는 큰길에 들어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어떠냐고들 했더니, 시장이 반찬인데다가 다들 보쌈을 좋아하는지라 식구들이 일제히 Call을 외친다.
보쌈 종류가 10가지는 되는 전문점이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전국에 체인이 백 개쯤 되는 집이었다. 모듬보쌈이나 검은깨보쌈을 일단 생각하고 주인에게 추천 메뉴를 물으니,자기네 집에 처음 온 손님들에겐 일단 상호 그대로 마늘보쌈을 권한다고 하면서, 양도 많고 맛도 좋아 드시면 후회 안 하실 거라고 한다.
어머님까지 다섯 식구라 3만5천원 하는 대 자를 시키면서 조금 양이 부족하지 않을까 물었더니, 괜찮을 거란다. 부족해 보이면 고기를 추가하기로 하고 기다렸는데, 5분쯤 지나
큰 접시에 나온 걸 보니, 괜한 기우였다. 일단 비주얼에서부터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 가운데에 살짝 칼질을 해 잘라 먹기 쉽도록 가지런히 쌓은 절인 배추며, 가운데에 담은 검은깨 두부, 칼칼한 맛이 제대로 나는 보쌈김치에 매콤한 무김치까지 크게 손색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돼지고기는 적당히 삶아졌고, 고기 위에 고명처럼 마늘 간 것을 마치 무슨 쏘스라도 되는 양 두툼하고 길게 얹고, 다시 그 위로 검은깨를 뿌려 식감을 더했다. 마늘은 향긋한 맛이 나면서 생각보다 맵지 않아 먹기 좋았는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면서 다들 폭풍흡입에 들어갔다. 주인 말대로 다섯 식구가 먹기에 과히 부족한 양이 아니었다.
어머님만 밥과 된장찌개를 시켜드리고, 우린 밥 대신 막국수 대 자(1만5천원)를 시켰는데, 중 자(만원)를 시켜도 될 뻔 했다. 막국수 맛은 약간 단맛이 나는 게 나쁘진 않았지만, 보쌈에 준 점수 만큼은 아니었다. 포장도 되고 배달도 된다는데, 우리 식구 외식 코스로 북마크해 놓을 만 했고, 치킨 두 번 시킬 값으로 주문해도 좋을 것 같고, 손님이 와도 함께 갈만한 무난한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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