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펀역에서 천등 날리기
Posted 2013. 10. 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Joyful Taipei핑시 순환열차를 타고 가다 첫 번째 내린 곳은 쉬펀(十分) 역이다. 철로 양편으로 가게와 주택들이 있는 동네인데, 특별한 거 없어 보이는 이 곳이 유명세를 타게 된 데는 여러 영화에서 이 장면을 배경으로 천등(天燈) 날리는 장면이 소개됐기 때문이다.
천등은 길가 상점들에서 100원(4천원) 정도에 사서 국태민안, 재운대박, 시험합격 등 색깔별로 특화된 소원을 적고선 혼자서 또는 둘이 마주 잡은 다음 손을 놓으면 하늘 위로 높이 날아가는데, 날리는 이들도 기대하며 흥미로워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다른 데서 쉽게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매년 음력 설부터 정원대보름까지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색색 천등으로 하늘을 수놓는다는데, 사진과 그림으로만 보던 걸 현장에서 직접 보면 대단한 장관일 것 같다. 엽서 크기로 그린 그림 속에 나오는 어스름 밤하늘을 수놓는 천등과 주위 풍경들은 너무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11시 반쯤이었는데, 이미 여러 커플과 팀들이 사면에 소원을 가득 적은 천등을 들고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천등은 속에 작은 기름통을 고정시킨 다음 거기에 불을 붙이면 하늘로 올라가도록 만들었는데, 띄우는 이나 구경하는 이들 모두에게 신기한 구경거리가 됐다. 불현듯 빠른 속도로 두둥둥 하늘을 수놓으며 올라가던 천등은 어떻게 되나 궁금해졌다. 가끔 산에 떨어져 산불을 내기도 하는데, 실제로 오후에 쉬펀 폭포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산꼭대기 부근에서 하얀 연기가 보였다. 이 동네에선 늘상 있는 일이라고 한다.
다음 역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데 한국에서 온 젊은 여성이 단독으로 천등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주로 빨간색을 고르는데 비해 이 친구는 하늘색과 오렌지 색깔을 골랐는데, 적어놓은 사연이 흥미롭기도 하고 약간 짠하기도 했다. 사랑은 그렇다 치더라도 직장을 갖게 해 달라는 간절한 소원은 조만간 이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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