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 구이와 세꼬시
Posted 2013. 9.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전어철이 됐다. 중부고속도로와 가까운 미사리 건너편에 횟감 생선을 파는 집들이 몰려 있어 가끔 가는데, 요즘은 전어를 도소매로 판다는 현수막들이 많이 걸려 있다. 며칠 전부터 g와 로즈마리가 전어 회 먹자고 야단이고, 마침 쿤밍에서 동생 부부가 와서 어머니를 뵈러 온다길래 주일예배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들렸다.
올해 전어는 풍작이어서 값이 괜찮은데다, 작년에 먹었던 것보다 알이 굵은 놈들이 많았다. kg에 15,000원 정도 하는데, 한 집에서 12,000원에 준다길래 3kg를 샀다. 작년엔 작은 놈들이 많아 kg에 15마리쯤 됐는데, 올해는 커서 10마리 남짓 됐다. 대체로 한 뼘 크기만 하니까 20cm 가까운 놈들이 많고. 살도 통통하니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작년엔 구이로만 먹었는데, 가시째 먹는 세꼬시 타령을 해서 비늘 벗기고 내장 제거하는 게 일이었는데, 마침 제수씨께서 한 번 해 보겠다고 나서서 궂은 일을 해 주었다. 동생과 나는 모처럼 선두 각축을 벌이는 LG 게임 중계를 봐야 한다면서 상이 차려지기를 기다리는 간 큰 상남자 행세를 했다.^^ 물론 설거지는 우리몫이었다.
오븐에 넣고 굽기 시작하자 과연 집 나간 며느리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전어 굽는 냄새는 정말 끝내준다. 아피트 위아래층에 민폐를 끼치지나 않을지 우려됐지만, 뭐 어쩌랴. 기름끼가 많은 생선인지라 중간에 온 집안에 연기가 자욱해질 정도로 불쑈 한 번 해 주시고, 보기 좋고 먹기 좋게 칼집 낸 전어구이가 상에 오르자,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없어졌다.
작은 놈들은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하나도 안 남기고 어그적어그적 씹어 먹지만, 올해는 큰 놈들인지라 구운 조기 먹듯 젓가락으로 발라먹어도 됐다. 노릇노릇 소금구이한 전어는 추석연휴 끝자락에 만난 식구들의 웃음꽃을 피워올리기에 충분했다. 동생 말로는 전어도 최근 양식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들었다면서, 이 정도 크기면 양식 같다는데, 이런들 저런들.
서너 마리씩 신나게 먹어치우자, 대망의 전어 세꼬시가 두 접시나 나왔다. 접시 바닥에 아무것도 깔지 않고 담은 거니까 상당한 양이다. 비주얼도 좋고, 뼈째 씹히는 맛이 고소하기 이를 데 없다. 다들 구이로 입가심을 했는데도 전어 처음 본 사람들처럼 한 없이 들어간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다가 쌈된장에 찍어 먹으니 훨씬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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