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찜과 게라면
Posted 2013. 10.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금요일마다 아파트 노인정 앞에 금요장이 선다. 나야 퇴근길에 한 나절 장사를 마치고 철시하며 정리하는 걸 보는 게 고작이지만, 주부들은 동네 마트보다 물건이 많거나 값이 조금 싼 채소나 물 좋은 생선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해 많이들 이용한다고 한다.
판교를 벗어나 성남 복정역을 지나고 있는데 언제쯤 오게 될 것 같냐는 전화를 받았다. 금요장에서 게를 싸게 팔길래 사 왔는데, 집에 오는 시간에 맞춰 게찜을 하려고 다들 안 먹고 기다리고 있다는 거다. 금요일 저녁이라 조금 막히기는 했지만, 20분쯤 뒤에 들어서니 게 냄새가 나고 모두들 오늘의 특별 만찬을 기대하는 표정들이다.
아주 크진 않아도 제법 무게가 나가는 게 두 마리씩이 배정됐다. 어머님과 아내, g까지 우리집 여성들은 게를 잘 파 먹고, 알이 들어 있는 게를 보면서 탄성을 지르고, 게 뚜겅에 밥 조금 넣고 비벼도 먹지만, 남자 둘은 건성으로 파 먹는 게 영 손방이고 서툴러 살까지 뱉어 내기 일쑤다. 보다 못한 아내가 등껍질 벗기는 것부터 속살 파 먹는 것까지 시범을 보여 주지만, 우리 사람 이런 거 귀찮다 해.^^
2008년 늦가을에 테네시주 내쉬빌에 갔을 때 게 요리 잘하는 Joe's Crab Crack에서도 막상 파 먹는 게살보다 파 먹는 플라스틱 나이프가 맘에 들어 가져 온 게살 후벼 파는 나이프 - 아예 가져가라고 인쇄돼 있다^^ - 도 꺼내봤지만, 물이 달라선지, 게 크기가 작아선지, 아니면 기술과 인내심이 모자라서인지 영 잘 파지질 않는다.
Anyway, 다들 포식하고, 요리한 아내를 대신해 설거지를 마치자, g가 기다렸다는 듯이 게 한 마리 넣고 라면 끓이려 하는데 드실 거죠, 물어온다. 이럴 때 게 라면 안 해 먹으면 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면서.^^
안 먹겠다고 했지만, 막상 끓여 놓은 걸 보니 도저히 안 먹을 수가 없다. 한 젓가락과 국물을 덜어 후루룩 드셔주었다. 아, 게 한 마리 넣고 끓인 게라면, 국물이, 국.물.이. 정말 끝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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