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뎅메밀국수
Posted 2013. 11.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궁즉통(窮卽通)이란 말이 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다. 저녁으로 먹을 밥이 세 공기는 필요한데, 밥솥엔 한 공기 반 정도 있을 때,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꼬. 공교롭게도 국이나 찌개도 없는 상황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잠재력과 감수성은 있지만^^, 아내의 여행으로 이제 막 주부계에 입문한 서 셰프,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떠올려 가며 잔머리를 굴려본다.
쌀과 현미를 씻어 밥을 새로 하면 간단히 해결될 것이다. 근데, 밥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어서 새로 지으면 또 밥이 남게 된다. 그렇다고 한두 공기만 달랑 하는 건 아무래도 조금 번거롭다. 게다가 요즘 밥솥은 밥 짓고 뜸 들이는 데 거의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기다리기엔 조금 지루하고 다들 배가 고프다. 원 패스!
이럴 때 요긴한 게, 즉석밥 또는 햇반이다. 한두 개 렌지에 돌리면 눈 깜짝할 사이에 문제 끝, 고민 해소다. 근데, 평소 라면은 잘 사 와도 이런 거는 잘 안 먹기도 하거니와 아예 사 두질 않아 마트에 갔다 와야 한다. 귀찮다. 투 패스!
밥이 반쯤 있으니 라면이나 짜장 한두 개 끓여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익숙하고 간단한데다 편해서 아마 다른 때 같았으면 그리 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차피 어머니가 드실 국이나 찌개를 만들어야 해서 조금 번거롭게 느껴진다. 파스타를 만들기엔 시간이 걸릴 것 같고, 피자나 치킨, 중국집에 전화해 시켜 먹거나 밖에 나가 외식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러면 밥솥에 있는 밥이 계속 남게 된다. 쓰리 패스!
결국 서 셰프의 선택은 미도어묵으로 오뎅탕 끓이고(스프가 들어 있어 물만 맞추면 된다^^), 여름에 사 둔 메밀국수 삶아 말아 먹기. 재료가 빵빵하니 맛이야 따놓은 당상일 터. 이름하야 오뎅메밀국수 되시겠다. 소면이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있는 걸로 만들다 보니 새로운 조합이 됐다. 어머니도 국수 조금 달라신다. 비주얼, 혀주얼 다 괜찮다.^^ 또 하나의 궁즉통인데, 이거 우리집에서 히트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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