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돼지마을 순대국
Posted 2013. 12.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뜨끈한 국물이 땡기는 계절이 됐다. 양평 국수역 국도변에 있는 순대국집이 맛이 괜찮다는 말을 dong님에게서 듣고 한 번 가야겠다 생각하다가 지난 주 토요일 백운봉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다. 바로 옆에 있는 국수리 국수집만 줄곧 갔는데, 눈길을 오르내린 끝이라 국수보다는 뜨끈한 국물과 밥이 먹고 싶었다.
정확한 가게 이름은 모르고 갔는데, 길다란 빨간 색 순대국 간판이 쉽게 눈에 띄어 못 찾을 염려는 없다. 돼지마을 순대국 전문점이라니 이름이 아주 리얼하다. 감자탕과 순대국만 파는데, 이런 한 놈만 패는 전문성, 나쁘지 않다.^^ 조금 익은 겉절이와 살짝 달큰한 무김치에 들기름으로 무친 부추와 된장에 찍어 먹는 고추와 마늘 썬 게 기본 찬이다.
식탁에는 다른 음식점보다 조금 많은 양념통이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는데, 휴지곽 옆부터 시계 방향으로 소금, 된장, 다진 고추, 들깨 가루, 파, 다대기, 고추씨 기름, 후추 가루, 미원, 새우젓통이다. 뭐 이리 양념이 많이 있나 싶지만, 군데 군데 붙여 놓은 순대국 맛있게 먹는 법에 다 쓰이는 재료들이다.
고추와 마늘 찍어 먹는 된장을 빼고 9가지 양념을 써 놓은 순서 대로 적당량 투하해 간을 맞춰 먹으면 되는데, 미원만 빼고 여덟 가지를 넣어 먹어보니, 좋은 맛을 내기 위해 앞으로도 이 정도 수선은 떨어도 되겠다 싶었다, 희한하게도 간이 입에 딱 맞았는데, 미원까지 넣었다면 어떤 맛이 됐을지 궁금하다.
순대국집을 많이 다니지 않아 상대적인 비교는 어렵고 절대적인 내 입맛에 따라 평가하자면, 이 집 순대국 맛은 가히 일품이다. 한 숟가락씩 뜰 때마다 입이 즐거워지고, 마지막 국물까지 아낌없이 비워줄 수 있는 맛이다. dong님의 추천이 틀리지 않은 것이다.
반찬이 고루 맛있는 점도 순대국 맛을 상승시키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는 것 같은데, 순대국 러버나 홀릭이 아닌 나같은 식성에는 반찬맛과 양도 좋은 인상을 남기느냐 마느냐에 크게 영향을 주는데, 이 집은 맛과 양에서 별로 섭섭하지 않았다.
국물맛도 시원하고 개운했지만, 순대를 비롯해 머릿고기, 오소리감투 등이 넉넉하게 들어 있어 한 그릇 먹고 나면 배가 든든해진다. 특히 순대는 당면만 들어 있는 싸구려 무늬만 순대가 아니라, 두툼하니 제대로 만든 게 다섯 개 들어 있어서 푸짐함을 더해 준다. 이 정도 순대국이라면 기꺼이 7천원을 낼 만 하겠다. 운길산, 청계산, 물소리길, 용문산, 백운봉 등 이 일대 산이나 길을 걸은 다음엔 으레 국수리 국수집에 들리는 게 일이었는데, 이제 다른 좋은 옵션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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