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봉 눈길 산행
Posted 2013. 12.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드.디.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동네산들을 벗어나 양평에 있는 산들을 찾아 나섰다.
그 첫 번째는 멀리서도 한 눈에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 마테호른 백운봉(941m). 언젠가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용문산을 제치고 먼저 달려가게 만들었다. 양평 국도에서
사나사 방면으로 접어들자 그 위용이 뚜렷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용문산 자연휴양림이나 사나사 계곡에서 출발하는 등산로가
많이 알려져 있어 후자를 택했다. 용문사에서 시작해 용문산의 대표 봉우리들인 가섭봉
(1,157m)과 장군봉(1,055m), 함왕봉(947m)을 거쳐 가는 종주 코스도 있는데, 그건 지금은
무리겠다. 사나사 앞에 용문산 등산로 지도가 세워져 있었다.
멀리서 볼 때 산에 눈 기운이 희끗 보이기는 했어도 눈이 오는 것도 아니고, 하늘도
쾌청한 게 그저 며칠 전 내린 눈이거나 서리가 내린 건 줄 알았다. 사나사 초입 도로변에
눈이 약간 쌓여 있긴 했지만, 이 정도 날씨라면 고고씽해서 정상까지 무난히 갔다올 수
있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숲길을 지나 걸음을 옮길수록 눈길이 이어지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길은
눈길인데, 마음만 가을날이었던 것이다. 맨날 하남과 남양주, 그것도 강변에 가까운
남쪽 남양주 언저리만 다니다가 강원도 같은 양평 산길이 눈앞에 그리고 발밑에 펼쳐지자
슬슬 긴장과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이젠도, 장갑도, 스틱도 없이 물 한 병, 책 한 권,
떡 한 덩어리만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 보는 거지, 여긴 그 동안 다니던 산과 다르니까 눈길이 아니어도
여차하면 뒤돌아 내려올 수 있는 거지, 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계곡물도 흐르는 게
다른 계절에 와도 좋을 산이었다. 등산로 표지도 잘돼 있고, 무엇보다도 나무에 매단
리본들이 길 잃을 염려를 붙들어 주었다. 하지만 올라갈수록 눈이 많이 쌓여 등산화를
빠뜨리고 적시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올겨울 첫 눈길 산행을 멋지게 스타트를 끊었다. 산이 깊어선지 눈이 만들어
내는 설경이 아주 좋았다. 눈은 그저 땅에 쌓여 있지만 않고 쓰러진 나무 위에서 스노우
미끄럼틀을 즐기기도 하고, 나무를 타고 기어 올라가기도 하고, 가녀린 가지 위에 누가 더
크게 뭉쳐 오래 버티나 등 다양하고 재밌는 놀이를 스스로 즐기면서 찾는 이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경사가 제법 있는데다가 눈길을 오르느라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린 것 같은데, 한 시간
반쯤 올라가다가 능선이 보이는 지점에서 백운봉 첫 산행을 마쳤다. 눈을 들어 정상부를
바라보니, 새로 시작되는 가려진 봉우리며 산세가 멋지긴 한데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눈길을
더 올라갔다가 내려올 생각을 하니 아찔해졌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내려가는 일도 만만치
않을 텐데, 더 가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다 싶었다.
맛을 봤기 때문에 한두 주 안에 장비를 갖춰 다시 오리라 하직 인사를 하고선 조심조심
내려왔다. 여러 번 미끄러지고 두 번 굴렀지만, 큰 어려움 없이 사나사로 무사 귀환했다.
멀리서 바라볼 때 주었던 감흥을 그대로 간직했다 돌려 주는 산이었다.
그 첫 번째는 멀리서도 한 눈에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 마테호른 백운봉(941m). 언젠가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용문산을 제치고 먼저 달려가게 만들었다. 양평 국도에서
사나사 방면으로 접어들자 그 위용이 뚜렷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용문산 자연휴양림이나 사나사 계곡에서 출발하는 등산로가
많이 알려져 있어 후자를 택했다. 용문사에서 시작해 용문산의 대표 봉우리들인 가섭봉
(1,157m)과 장군봉(1,055m), 함왕봉(947m)을 거쳐 가는 종주 코스도 있는데, 그건 지금은
무리겠다. 사나사 앞에 용문산 등산로 지도가 세워져 있었다.
멀리서 볼 때 산에 눈 기운이 희끗 보이기는 했어도 눈이 오는 것도 아니고, 하늘도
쾌청한 게 그저 며칠 전 내린 눈이거나 서리가 내린 건 줄 알았다. 사나사 초입 도로변에
눈이 약간 쌓여 있긴 했지만, 이 정도 날씨라면 고고씽해서 정상까지 무난히 갔다올 수
있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숲길을 지나 걸음을 옮길수록 눈길이 이어지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길은
눈길인데, 마음만 가을날이었던 것이다. 맨날 하남과 남양주, 그것도 강변에 가까운
남쪽 남양주 언저리만 다니다가 강원도 같은 양평 산길이 눈앞에 그리고 발밑에 펼쳐지자
슬슬 긴장과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이젠도, 장갑도, 스틱도 없이 물 한 병, 책 한 권,
떡 한 덩어리만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 보는 거지, 여긴 그 동안 다니던 산과 다르니까 눈길이 아니어도
여차하면 뒤돌아 내려올 수 있는 거지, 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계곡물도 흐르는 게
다른 계절에 와도 좋을 산이었다. 등산로 표지도 잘돼 있고, 무엇보다도 나무에 매단
리본들이 길 잃을 염려를 붙들어 주었다. 하지만 올라갈수록 눈이 많이 쌓여 등산화를
빠뜨리고 적시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올겨울 첫 눈길 산행을 멋지게 스타트를 끊었다. 산이 깊어선지 눈이 만들어
내는 설경이 아주 좋았다. 눈은 그저 땅에 쌓여 있지만 않고 쓰러진 나무 위에서 스노우
미끄럼틀을 즐기기도 하고, 나무를 타고 기어 올라가기도 하고, 가녀린 가지 위에 누가 더
크게 뭉쳐 오래 버티나 등 다양하고 재밌는 놀이를 스스로 즐기면서 찾는 이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경사가 제법 있는데다가 눈길을 오르느라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린 것 같은데, 한 시간
반쯤 올라가다가 능선이 보이는 지점에서 백운봉 첫 산행을 마쳤다. 눈을 들어 정상부를
바라보니, 새로 시작되는 가려진 봉우리며 산세가 멋지긴 한데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눈길을
더 올라갔다가 내려올 생각을 하니 아찔해졌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내려가는 일도 만만치
않을 텐데, 더 가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다 싶었다.
맛을 봤기 때문에 한두 주 안에 장비를 갖춰 다시 오리라 하직 인사를 하고선 조심조심
내려왔다. 여러 번 미끄러지고 두 번 굴렀지만, 큰 어려움 없이 사나사로 무사 귀환했다.
멀리서 바라볼 때 주었던 감흥을 그대로 간직했다 돌려 주는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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