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악사
Posted 2014. 3. 9.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삼일절 토요일 오후 인사동과 안국동을 걷는 동안 눈에 들어온 거리의 악사들 가운데 여운을 남긴 이는 안국동 덕성여고 골목길에 앉아 미니 건반을 치며 노래하는 이였다. 이런 거리엔 으레 있기 마련인 거리 악사들. 스트릿 뮤지션들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이이에겐 그냥 지나치기가 뭐한 묘한 아우라가 있었다.
적지 않은 체구를 담장에 기대듯 수구리고 앉아 직접 개조해 만든 듯한 작은 건반을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가 신기해 보이기도 했거니와, 단정했지만 어두운 옷 색깔이며 기른 콧수염이며 연주하는 음악과 노래가 전체적으로 약간 칙칙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전에 봤거나 오래 지켜본 게 아니어서 이이의 음악 스타일을 쉽게 단정할 순 없지만, 그날 잠시 듣고 본 바에 따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누가 듣던 뮤지션은 자기 음악을 하면 되니까 이이의 이런 분위기도 개성이 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조금 빠르고 화려하고 신나보이는 퍼포먼스에 발걸음을 멈추고 반응하면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그걸 모를 리 없을 텐데, 이이는 꾿꾿이 Slow, Serious & Solitary한 자기 스타일을 견지하는 듯 했다. 그저 어느 눈 좋고 귀 밝은데다가 마음까지 선한 이들이 우연히 이 골목을 지나가다가 보석을 발견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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