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문패
Posted 2014. 3. 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인사동을 걷다 보면 서울의 어느 거리보다 정감 넘치는 이름과 디자인을 한 나무로 만든 가게 안내 문패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골목으로 통하는 길목엔 음식점과 주점들이 가지런히 모여 자신들을 드러내는데, 두세 자로 된 간단한 이름이라 기억하기도 편했다. 제법 알려진 이름과 함께 마침 우리 아이와 울산으로 시집 간 조카의 이름도 있어 니들이 언제 여기까지 진출한 게냐 하면서 혼자 속으로 기분 좋게 웃어주었다.
쌈지는 층마다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샵들이 모여 있는데, 각층 계단 담벽에 가게 문패를 색색으로 몰아 달아놓고 있었다. 나무색 계열 문패들은 정갈해 보이고, 천연염색한 것처럼 멋지게 칠한 문패들은 화려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들 문패들이 아름답게 보이는 데는 크기가 서로 다르면서도 조화롭게 붙여 놓은 것도 한몫 했지만, 멋을 부리지 않고 단아하게 또박또박 써 놓은 글씨도 크게 한몫 했다.
종로2가 뒷골목 하우스 맥주집 산타페 2 바는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와 천장에 붙여놓은 나무 판대기들을 마치 블랙 홀로 빠져드는 것처럼 장식해 그 일대에서 단연 눈길을 끌었다. 들어가는 건 자유지만, 맛과 향 그리고 분위기에 취해 나오는 건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일까.^^ 우리 일행은 다른 데서 먹고 마시느라 세 곳 다 우리의 선택을 받거나 우리를 받아주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이런 수수한 나무 문패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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