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아침고요수목원
Posted 2014. 3. 19.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꽃선물은 물론이려니와 식물원이나 수목원 나들이를 무척 좋아라 하시는데, 지난주 금요일 휴가를 내서 누이와 동생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가평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을 다녀왔다. 어머니와는 세 번째고, 외국 사는 누이와 동생은 처음 가 보는 곳이다.
전에는 중간중간 쉬시긴 했어도 수목원 전체를 찬찬히 두루 구경하시곤 했는데, 두세 해 전부터는 아파트 단지내는 몰라도 약간의 오르내리막이나 계단이 있는 야외는 불편해하셔서 조금 무리가 아닐까 싶었지만 꽃구경 가자는 말에 이내 반색하셨다. 다행히 입구에서 노약자를 위한 휠체어를 무료로 대여해 주어서 동생과 번갈아가며 끌고 밀고 하며 다녔다.
3월 중순을 지나고 있는지라 아직 꽃이 피려면 한 달은 있어야 해서 꽃구경은 못하더라도 그저 산책하는 것만도 의미 있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실내 온실에서 아쉬운대로 꽃구경을 할 수 있었다. 옹기종기 모아 놓은 작지만 화려한 선인장꽃들과 중간 기둥을 빼곡히 장식한 야생화 화분들이 아직은 황량해 보이는 야외를 대신해 수목원 체면을 살렸다.
실내 온실엔 선인장류 외에도 온도와 습도를 잘 맞춰주고 가꾼 덕에 주로 키 작은 꽃들이 그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는데, 자연 그대로 아무데서나 막 피어나고 있는 건 아니었어도 봄을 느끼게 하기엔 충분했다. 봄꽃색은 얼추 열 가지는 되어보였고, 크기도 손톱만한 것부터 손바닥 반만한 것까지 다양했다. 혼자 피어난 꽃들은 별로 눈에 안 띄었고. 대개 몇 송이씩 짝을 이루고 있었다.
온실밖 야외, 그러니까 온 천지에 꽃이 만발할 5월 이후에 오면 처지가 180도 달라져, 지금 온실에 핀 곷들은 거의 안중에도 없어지고 대신 각광을 받을 꽃밭들엔 꽃 대신 꽃사진과 꽃이름 팻말들이 꽂혀 있었다. 마치 이렇게 사진과 이름 팻말을 심어놓으면 조만간 거기서 예쁜 꽃이 피어날 것처럼 말이다. 물론 실제로는 그 이름과 사진 옆에 벌써 심겨져 있을 텐데, 아직 개화되지 않은 거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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