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2) - 멍게비빔밥은 뭐 이리 비싼가
Posted 2014. 4. 1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통영에 도착해 처음 먹은 건 멍게비빔밥과 도다리쑥국이다. 먹었다기보다 찾아갔다는 게 더 리얼한 표현이겠다. 블로그들마다 통영 Must Do로 꼽고들 있어 가자마자 안 찾아갈 수가 없었다. 원래 가려던 식당이 점심 장사가 끝난 시간이어서 아내가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찾아간 곳은 이름도 거창한 통영명가.
관광지라 그런지 밥값이 만만치 않다. 만원 또는 만천원이란 정보를 알고 갔는데, 이 집은 만이천원을 받는다. 이틀 동안 식당 몇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보니 대개 그 셋 중 하나씩 빋고 있었다. 봄철에만 난다는 도다리에 쑥을 넣은 국은 한 술 더 떠서 만오천원인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쯤 되면 그 값만큼 기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음~ 그런데 그리 특별한 식당도 아니고 평범해 보이는데 도무지 만 원 이하는 메뉴에도 없으니, 이래도 되는 걸까?
반찬이 먼저 깔리는데, 말은 열두 가지라는데 열 가지가 나왔다. 왼쪽은 아니어도 오른쪽 남도에 오니까 일단 비주얼상으로 풍성한 느낌을 준다. 담백한 생선구이와 굴전에 젓가락이 바쁘게 갔다. 맛은 있는데, 둘 다 조금 따끈했으면 훨씬 제맛이 났을 것 같다. K팝스타에서 유재하 노래로 기선을 제압한 버나드가 막판에 가사를 틀려 깎인 점수 만큼 감점요인.^^
접시가 작고 귀퉁이에 놓여 바로 눈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그 다음으로 어필해 온 건 오른쪽에 놓인 갈치 새끼 실치 말려 찢은 것과 장어 말려 조린 것. 둘 다 반찬으론 처음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짜지 않고 맛이 괜찮았다. 갈치 말린 건 나중에 시장 구경하며 보니까 건어물 파는 가게마다 있던데, 반건조 생선 사오느라 못 사 왔다.
드디어 메인으로 나온 멍게비빔밥. 바닷가 동네들 가운데 왜 통영이 유독 멍게비빔밥으로 알려지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솔직한 우리 기대는 멍게 반 다른 거 반이었는데, 보시다시피 멍게는 한 마리쯤 들어 있는 것 같고, 나머지 고명은 다른 비빔밥 재료들과 별 차이가 없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드디어 먹어보는구나 하면서 밥과 초장을 넣어 쓱쓱 비볐다.
어쨌든 독특한 풍미가 혀끝에 전해졌다. 매생이굴국이 함께 나왔는데, 이것도 별미였다. 매생이는 혀가 딜 정도로 뜨끈하게 끓여 나왔으면 맛이 더 있었을 텐데. 대체로 이 동네는 살짝 덥히는 모양이다.
또 다른 메인 도다리쑥국은 봄철 메뉴인데, 도다리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저 가자미 비슷하겠거니 하며 시켜본 것이다. 국 한 그릇에 만오천원을 받으니 쑥값이 그리 할 리는 없고 도다리 값이 그런 모양인데, 도다리 살맛을 느낄 정도로 살이 많진 않았다. 뭐 so so, 담백한 맑은 생선탕 맛이었다.
솔직한 우리 입맛으로는, 멍게비빔밥은 오육천원, 윗동네에선 평소 보기 힘든 반찬이 깔렸다고 해도 많이 쳐서 팔천원이면 합리적 가격이란 생각에 만족했을 것 같고, 도다리 쑥국이란 것도 나오는 철이 있다손 치더라도 들어간 양으로 봐선 칠팔 천원, 많이 불러야 만원이면 족해 보였다. 바가지까진 아니어도 전반적으로 관광지 밥값이 너무 부풀려 있단 생각이 들었는데, 하긴 요새 입맛과 머릿속 계산이 일치하는 곳이 있을려나 모르겠다.
'I'm traveling > 하루이틀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영 여행(4) - 윤이상 기념관 (3) | 2014.04.18 |
---|---|
통영 여행(3) - 청마문학관 (2) | 2014.04.17 |
통영 여행(1) - 격한 환영 (2) | 2014.04.14 |
3월의 아침고요수목원 (2) | 2014.03.19 |
쌈지길 Store Map (2) | 2014.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