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중 계단을 만나면
Posted 2014. 4.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바위가 많아 그냥 올라가기엔 조금 힘들고 위험해 보이는 곳이 많은데, 계단을 보면 안도감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계단이 보이는 곳이나 끝나는 곳에선 숨을 고르거나 물 한 잔 마시면서
잠시 쉬어갈 수도 있어 페이스 조절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 중 가장 긴 직선 구간 계단은 2, 30 계단쯤 되겠거니 보이지만, 실제로는 60계단이나 됐다.
이 정도면 한 번에 다 오르기가 쉽지 않다.
드물기는 해도, 계단이 나오면 도전의식이 발동되는 별종들도 간혹 있는데^^, 그러나
대부분은 계단을 만나면 허걱 소리와 함께 오르기 전부터 다리가 후들거리는 느낌을 받으면서
긴장하거나 순간적인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곧장 보이는 게 이삼십 계단 이상이거나
서너 번 이상 꺾어지면서 백 개 안팎으로 계속 계단 구간이 이어지는 경우, 올라가기 전부터
꾀가 나고 한숨이 턱까지 차오르곤 했던 것 같다.
것보다 높은 경우가 많고, 계단 사이와 양옆이 채워져 있거나 막혀 있지 않고 트여 있어
시각적으로 겁 먹기 딱 좋고, 무엇보다도 철계단에 고무 쿠션을 붙여놨다 하더라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쿵쿵 소리가 나면서 흔들거리는 게 느껴져 다음 걸음 내딛으면서 오르내리는
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자, 지금까지 올라오느라 힘은 빠져 있지, 계단은 길고 높지, 난간 옆은 급한 경사와
바위들로 아찔하지, 게다가 겨울철 눈이라도 쌓여 있으면 미끄러운 게 그야말로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 그렇다. 계단은 보기엔 쉬워보이고 편해 보이지만, 막상 그 앞에 서면 올라가는
것도, 내려오는 것도 어렵긴 매한가지다.
이럴 때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올라가도록 자극하는 건, 좀 더 올라가면
더 좋은 전망(view)을 볼 수 있고, 마저 올라가야 정상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는 경험칙이다.
지금 발길을 돌려도 다음엔 어쨌든 통과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은근히 강력하다. 돌아보면
얼떨결에 산을 찾기 시작하고 등산에 막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던 첫 해는 계단이 나오면
발길을 돌린 적이 몇 번 있지만, 그 후 계단이 나온다고 돌아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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