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세판, 아니 너댓번만에
Posted 2014. 4. 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날이 좋았다. 토요일 새벽 부엌 창으로 보이는 강 건너 적갑산 봉우리가 선명한 게 오늘
가면 될 것 같았다. 마침 5시부터 등판한 류뚱이 거인들에 1, 2회에만 8점을 헌납하고 조기
강판하는 바람에 더 이상 볼 재미도 없었다. 투아웃을 잡고도 겨우내 15kg을 뺐다는 산도발과
풀 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허용한 게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그렇게 해서 2주 연속으로 양평 백운봉을 향해 나섰다. 10시 조금 안돼 사나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배낭 메고 걷기 시작하는데, 식목일이라고 배려해 주는 건지 하늘이 아주 맑고
화창했다. 지난주의 경험을 살려 등산 자켓 안에 반팔을 입고 오길 잘했다. 긴팔을 입고
왔더라면 몇 분 못 가서 지난주처럼 자켓을 배낭 속에 넣을 뻔 했다.
한 시간 조금 더 걸려 용문산과 백운봉 코스가 갈리는 함왕성지 능선 정상에 도착했다.
용문산 방향으로 향하는 60대 일행 네 분이 이정표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길래 도와드리고,
여기 높이가 8백 미터 조금 안 된다는 걸 고도계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나름 요긴한
사실을 알려드렸다.
능선을 걸으며 두어 번의 내리막 오르막 끝에 계단 구간이 나오면서 뒷쪽을 돌아보니
삼세판 아니 너댓번만에 용문산 산줄기들이 장쾌한 윤곽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작년
11월부터 이 산을 찾기 시작해 처음엔 아이젠을 안 갖고 와서 중간쯤에서 돌아섰고, 3월말
지난주까지 세 번 정상에 올랐지만, 세 번 다 눈이 오거나 구름이 많이 껴서 보여주지
않았던, 내게는 비경(秘景)이었던 게 오늘 드디어 그 베일을 풀어준 것이다.
저 멀리 중앙에 보이는 통신탑들이 서 있는 곳이 용문산 정상인 가섭봉(1157m)이고,
거기서부터 이곳 백운봉(940m)까지 오려면 장군봉(1065m), 함왕봉(947m)을 거쳐야 하는데,
용문사에서 출발해 종주하는 이들도 제법 된다고 한다. 그런데 중간중간 뒤를 돌아볼 때마다
조금씩 구름이 보이는 게 백운봉 정상에 이르면 지난 번들처럼 구름이 다시 용문산 줄기를
가리는 건 아닐까 은근히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정상에선 다시 맑았다.
아, 그런데 변뎍이 심한 심술꾸러기 산날씨는 하산길엔 다시 구름이 몰려와 가섭봉
주위를 덮으려 하고 있었다. 아까 오르면서 계단 구간에 서서 몇 장 찍어두지 않았더라면
오늘도 저 용문산 능선 사진들을 남길 수 없었겠다 싶었다. 역시 사진은 찰나의 섬광 같아서
눈에 보일 때 찍어두어야지, 좀 더 좋은 전망을 확보할 요량으로 몇 분 미루다간 뜻밖의
복병을 만나기 쉬운 것 같다.
이렇게 내 백운봉 산행은 삼세판, 아니 정확하게는 너댓번만에 맑은 정상 풍경을 득하게
하면서 다음 스텝은 이정표에서 왼쪽 방향으로 접어들어 함왕봉-장군봉-가섭봉에 이르는
용문산 산행으로 접어들라는 초대장을 보낸다. 땡큐, 백운봉!
가면 될 것 같았다. 마침 5시부터 등판한 류뚱이 거인들에 1, 2회에만 8점을 헌납하고 조기
강판하는 바람에 더 이상 볼 재미도 없었다. 투아웃을 잡고도 겨우내 15kg을 뺐다는 산도발과
풀 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허용한 게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그렇게 해서 2주 연속으로 양평 백운봉을 향해 나섰다. 10시 조금 안돼 사나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배낭 메고 걷기 시작하는데, 식목일이라고 배려해 주는 건지 하늘이 아주 맑고
화창했다. 지난주의 경험을 살려 등산 자켓 안에 반팔을 입고 오길 잘했다. 긴팔을 입고
왔더라면 몇 분 못 가서 지난주처럼 자켓을 배낭 속에 넣을 뻔 했다.
한 시간 조금 더 걸려 용문산과 백운봉 코스가 갈리는 함왕성지 능선 정상에 도착했다.
용문산 방향으로 향하는 60대 일행 네 분이 이정표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길래 도와드리고,
여기 높이가 8백 미터 조금 안 된다는 걸 고도계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나름 요긴한
사실을 알려드렸다.
능선을 걸으며 두어 번의 내리막 오르막 끝에 계단 구간이 나오면서 뒷쪽을 돌아보니
삼세판 아니 너댓번만에 용문산 산줄기들이 장쾌한 윤곽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작년
11월부터 이 산을 찾기 시작해 처음엔 아이젠을 안 갖고 와서 중간쯤에서 돌아섰고, 3월말
지난주까지 세 번 정상에 올랐지만, 세 번 다 눈이 오거나 구름이 많이 껴서 보여주지
않았던, 내게는 비경(秘景)이었던 게 오늘 드디어 그 베일을 풀어준 것이다.
저 멀리 중앙에 보이는 통신탑들이 서 있는 곳이 용문산 정상인 가섭봉(1157m)이고,
거기서부터 이곳 백운봉(940m)까지 오려면 장군봉(1065m), 함왕봉(947m)을 거쳐야 하는데,
용문사에서 출발해 종주하는 이들도 제법 된다고 한다. 그런데 중간중간 뒤를 돌아볼 때마다
조금씩 구름이 보이는 게 백운봉 정상에 이르면 지난 번들처럼 구름이 다시 용문산 줄기를
가리는 건 아닐까 은근히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정상에선 다시 맑았다.
아, 그런데 변뎍이 심한 심술꾸러기 산날씨는 하산길엔 다시 구름이 몰려와 가섭봉
주위를 덮으려 하고 있었다. 아까 오르면서 계단 구간에 서서 몇 장 찍어두지 않았더라면
오늘도 저 용문산 능선 사진들을 남길 수 없었겠다 싶었다. 역시 사진은 찰나의 섬광 같아서
눈에 보일 때 찍어두어야지, 좀 더 좋은 전망을 확보할 요량으로 몇 분 미루다간 뜻밖의
복병을 만나기 쉬운 것 같다.
이렇게 내 백운봉 산행은 삼세판, 아니 정확하게는 너댓번만에 맑은 정상 풍경을 득하게
하면서 다음 스텝은 이정표에서 왼쪽 방향으로 접어들어 함왕봉-장군봉-가섭봉에 이르는
용문산 산행으로 접어들라는 초대장을 보낸다. 땡큐, 백운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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